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송 Dec 05. 2016

사라진 사법정의 아래 살아남는 법

주진우, <주기자의 사법활극> 독후감

보통 사람들은 법원에 갈 일이 없다. 소송을 걸거나 당할 일도 없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착각일지도 모른다. 단지 여태까지 당하지 않거나 걸지 않았을 뿐, 소송은 옛날보다 사람들에게 많이 가까워졌다.

잘못한 일이 없으면 소송당할 일이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건 정말 착각이다. 

2009년 2.51퍼센트였던 1심 형사재판 무죄 선고율은 2010년 8.8퍼센트, 2011년에는 19.44퍼센트로 늘더니 2012년에는 23.49퍼센트까지 증가했다. 1심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5명 중 1명이 무죄 선고를 받았다는 말이다.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 검사가 기소권을 남용했다고 볼 수 있다. 법의 칼을 국민에게 함부로 휘둘렀다는 얘기다. 당신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그럼 만약 소송을 당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일은 내가 가장 잘 알고, 내가 아는 한 나는 죄가 없다.'를 되뇌며 홀로 법원으로 가야 할까? 주기자는 그래선 안 된다고 말한다. 법원은 법리를 다투는 곳으로, 일반인은 아무리 죄가 없다한들 그 전장에서 싸울 능력이 없다. 아프면 의사를 찾듯이 소송을 당하면 변호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뿐이랴, 일반인이 소송을 당하면 당황스러운 게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다. 처음에 변호사를 고용해야 할지, 변호사는 누구를 고용해야 할지, 전관예우를 받을 수 있는 판사 출신을 고용해야 할지, 검찰 조사에 출석은 해야 할지, 아니면 변호사를 대신 보내면 되는 건지...

겪어본 적이 없으니 모르는 게 당연하고, 될 수 있으면 모르는 채로 한 생을 마감해도 상관없겠으나 만약 소송을 당한다면 무조건 이 책을 구입함과 동시에 변호사에게 달려가는 게 좋을 것 같다. 괜히 1심은 혼자 해 보고 안 되면 변호사를 사겠다(실제로 많은 피고인들이 이런 생각을 한다고 한다)고 하다가 피 보지 말고, 처음부터 전력을 다해 싸우는 게 좋다는 뜻이다.


사실 <주기자의 사법활극>은 소송을 당했을 때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 알려주는 책이지만 그 내용을 보다 보면 이 나라의 사법정의가 얼마나 땅에 떨어졌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잊지 않았을 윤창중 미국 성추행 사건, 김학의 성접대 동영상 사건, 이명박의 BBK, 박근혜 5촌 살인사건 등이 언급되며, 특히 박근혜 5촌 살인사건의 경우 주진우 기자가 직접 기사를 쓰고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해 법정에 끌려갔던 일이기 때문이다.

소송을 많이 당하는 주기자이기 때문에 그가 그런 일에 의연하리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그렇지 않았다.

영장 실질심사는 크고 높은 벽이다. 뛰어넘기가 만만치 않다.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다. 무섭다.

2013년 5월 14일, 영장 실질심사를 받았던 그의 솔직한 심경이다. 얼마나 두려웠을까. 감옥에 가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벌써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답답하고 죽고 싶어 진다. 다행히 주기자의 구속영장은 기각되었지만 실은 그 날 나도 주류 여론이 그랬듯 주기자가 구속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다시 말하지만 정말 다행이다.


주기자의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했던 한 배심원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런 기자 한 명쯤은 있어야 한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실은 한 명이 아니라 열 명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꼭 한 명의 기자만 지켜야 한다면 주기자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기자는 진보 보수를 논할 것 없이 진실을 파헤치는 기자이며, 그 과정에서 어떠한 권력이 방해하더라도 굴하지 않고 싸워 나가는 우리들의 영웅이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소송을 당해 심신이 괴로운 그이지만, 앞으로는 별고 없이 건강하게 죽을 때까지 대한민국의 어두운 진실을 파헤치며 살아가길 기도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잃어버린 유토피아의 추억, 히피와 우드스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