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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Dec 16. 2016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

자크 라캉, <욕망 이론> 독후감

처음 라캉의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깜짝 놀랐다. 마치 그간의 내 삶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남의 눈치를 많이 보는 편이다. 남들에게 이렇게 말하면 보통 "너는 안 그래."라고 말하지만,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걸 어떡한단 말인가. 아무튼 나는 남의 눈치를 많이 보는 편인데 아마 그런 사람일수록 라캉의 저 말이 더욱 폐부 깊숙이 와 닿을 것이다. 저 말을 보면 "너는 네가 원하는 걸 하는 게 아니라 남들이 기대하는 걸 하고 있을 뿐이야."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안 그런가?


하지만 라캉의 욕망 이론에 대해 조금 더 공부해 보면 저 말이 라캉의 이론을 완전히 정확하게 옮긴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일단 라캉이 사용한 용어는 타인이 아니라 타자였다. 人도 사람 인이고, 者도 사람 자니까 같은 것 아니냐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타인은 엄연하게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을 말하는 것이고, 타자는 물리적으로 외부에 있는 다른 사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그렇다. 라캉이 말하는 타자는 내 안에 있는 무의식을 이야기하는 것에 더 가깝다. 라캉이 타자를 언급한 부분을 직접 보자.

타자는 단순히 나와 다른 또 하나의 주체가 아니다. 타자의 존재는 타자성의 두 번째 단계에서만 이해될 수 있다. 타자는 또 다른 주체가 아닌 주체가 환원시킬 수 없는 이질성으로 이해될 때에야 비로소 나와 다른 주체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타자는 나와 다른 주체를 말하는 게 아니라 주체가 자기 안에서 하나로 환원시킬 수 없는 이질성을 말하는 것이다.


사실 욕망 이론을 공부해보면 처음에 유아기 시절에 거울을 접하면서 겪는 심리적 변화를 통해 만들어낸 이론인 '거울 이론'이나 상징계, 주이상스 등의 용어를 접하게 되고 이해해야 하지만 철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이 단순히 책 한 두 권을 가지고 이해하기는 상당히 난해한 것 같다. 이 책 <욕망 이론>에서도 욕망 이론뿐만 아니라 라캉의 다른 이론들을 함께 다루고 있지만 솔직히 잘 이해가 안 돼서 욕망 이론 부분만 두 번 읽고 그만둬버렸다. 심지어는 욕망 이론 안에서도 소쉬르의 언어 구조를 이야기하고 거기서 기표와 기의를 두고 물질과 이름의 상징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이 부분 역시 이해가 쉽지는 않다.


그러나 이렇게 어려운 철학임에도 불구하고 처음 제시했던 라캉의 말은 언제나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

과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누구의 욕망으로 행해지는 것일까? 나의 욕망일까? 아니면 나 자신도 스스로 합일시키지 못한 무의식, 또 다른 주체일까? 

마지막으로 한 가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하는 삶은 주체적이지 못하고 잘못된, 바람직하지 못한 삶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라캉이 말하는 타자의 욕망이란 그런 것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한 명의 사람이라고 해서 그의 의식이 전일적이지는 않다는 것이며, 무의식과 의식의 상호 작용은 해결할 수 없는 영원한 숙제이자 운명이라고 말한 것일 뿐이다. 그러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타자를 배제하고 무시하는 게 아니라 진정한 자기 마음의 뿌리를 찾고 무의식이 병들지 않게 보살펴 주는 것이다.

주체는 변증법적 종합이라는 형태로 불일치를 해결하려 하지만 그것이 성공한다 할지라도 여전히 그는 이미 완성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완성을 향해가는 자신에 만족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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