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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Jan 03. 2017

노화에 대한 광범위한 지식 정리

게리 크리스토퍼, <우리는 이렇게 나이 들어간다> 독후감

나는 왜 새해 첫 책으로 이걸 골랐을까. 아니 그전에 나는 이 책을 왜 산 걸까. 한 살 먹은 기념으로 노화에 대한 책을 읽겠다는 생각을 한 건 좋았는데, 책을 꾸역꾸역 다 읽고 나니 나이를 더 먹은 기분이다. 뇌에 주름이 아마 열 개쯤 더 생기지 않았을까? 정말 피로한 책이다.


얼마 전 발터 벤야민의 꿈이 '모든 문장이 인용문으로만 된 책을 쓰는 것'이었다는 걸 들었다. 발터 벤야민이 살아 있었다면 이 책을 참 좋아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확실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렇게 나이 들어간다>의 모든 단락에는 번호가 붙어 있고 그 번호는 내용을 따 온 논문을 가리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한 권의 책이 수백수천 편의 논문을 집약해 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이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뭐라 딱히 할 말이 없는 게, 노화에 대한 대단히 광범위한 분야의 지식을, 논문 인용문을 위주로 해서 채워 놓았기 때문에 매우 정확하고 사실적이며 유용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바란 건 이게 아니다. 나는 인간이 노화해 가면서 어떻게 되는지 그것을 쉽고 재미있게 보여주는 일종의 스토리텔링을 원했기 때문이다. 더 문제는 저자의 의도는 이렇지 않았다는 거다.


이 책의 목적은 나이 들면서 쇠퇴해가는 우리의 몸과 정신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뭐라고? 그렇게 방대한 자료를, 재미 하나 없이 써 놓은 책에서 할 말은 아닌 것 같다. 그럼 대체 목적이 뭐였단 말인가?


마지막 장의 주제는 다소 사변적이고 희망적인 관점을 보여주자는 데 있다.


미안하지만 게리 크리스토퍼 씨는 마지막 장의 주제를 풀어내는 데는 실패한 것 같다. 적어도 내게는!


내가 보기에 이 책의 목적은 노화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며, 그 측면에서는 한 치 나무랄 데 없지만, 사실 노화에 대한 수많은 논문을 토대로 한 지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전혀 읽을 필요가 없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어지간하면 도서관에서 빌려서 보시라! 돈 주고 사면 한 번 읽기도 힘들지만 두 번은 절대 안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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