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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Jan 11. 2017

레게 전설, 밥 말리 일대기

스티븐 데이비스, <밥 말리: 노래로 태어나 신으로 죽다> 독후감

레게 하면 누구? 밥 말리. 밥 말리 하면 뭐? 레게! 아니다. 밥 말리 하면 레게보다 그의 굵직한 드레드 헤어스타일과 송충이 같은 눈썹, 그리고 라스타파리의 삼색 깃발이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전설. 

밥 말리는 그렇게 얘기할 수 있다. 그를 모르는 사람도 많지 않고 레게 하면 무조건 떠 오르는 사람이니까. 사실 밥 말리 이후로 레게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 그만큼 그는 전설이고, 1981년에 죽었는데 아직도 그를 능가하는 레게 가수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밥 말리: 노래로 태어나 신으로 죽다>는 밥 말리의 인생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서술한 일대기다. 자메이카에서 백인과 흑인 혼혈로 태어나는 것으로 시작해, 암으로 생을 마치기까지 파란만장한 그의 삶을 작은 부분도 놓치지 않고 따라간다. 사실 밥 말리에 관한 한국어 자료는 많지 않기 때문에 이 책보다 더 그를 잘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딱 하나 있긴 있다. 바로 그의 생전 공연을 보는 거다.


https://www.youtube.com/watch?v=jGqrvn3q1oo


밥 말리의 대표곡인 No woman, no cry의 공연 영상이다. 아주 격정적인, 그야말로 레게 소울이 넘치는 밥 말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때가 그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데 당시 그를 다룬 기사를 보자.


킹스턴과 에티오피아로부터 온 영혼의 반란자
자신의 문화에 대한 자긍심으로 무장하고, 자신의 삶에서와 마찬가지로 음악에서도 비타협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사람
그 자신, 그 자신의 육체와 영혼 모두를 펼쳐 보이는 무대 위의 그를 보기 위해, 그의 반란의 몸짓과 그 포효를 보기 위해 그리고 그 모든 것에 스스로를 맡기기 위해
그가 온몸으로 뿜어내는 불꽃, 그의 목소리가 뿜어내는 불꽃, 그의 호전성과 그의 아름다움에 압도될 것이다.

미사여구 일색인 것 같지만 저 No woman, no cry의 영상을 보고 난 후라면 비록 영상이라서 그 감흥이 많이 줄긴 해도 무슨 말인지 이해는 할 수 있을 것이다.


<밥 말리:노래로 태어나 신으로 죽다>를 다 읽고 나면 그의 인생이 그의 헤어스타일만큼이나 파격적이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는 흑인 예수 재림을 신봉하는 라스타파리라는 종교의 신봉자였으며, 언제나 성경을 끼고 살았고, 성경을 읽는 만큼 마리화나를 피워댔으며, 결혼을 했지만 개의치 않고 여러 여자를 만나며 9명의 자식을 두었다(사실 책 읽으면서 9명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 뒤로도 더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만큼 자식이 많다.)


한편으로는 게토(흑인 집단 거주지)에서 권위가 있고 무례하고 거만한 걸음걸이로 다녀서 Tuff gong이라는 별명이 있기도 했고, 오랜 세월 함께한 매니저 돈 테일러가 돈을 빼 돌린 사실을 알게 되자 죽도록 두들겨 패기도 했다. 

또 다른 면으로 언제나 흑인과 아프리카의 독립과 발전을 염원하여 Zimbabwe라는 노래를 불렀는데, 실제로 짐바브웨가 독립하면서 열린 독립기념식에 초청되어 영광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고, 흑인을 위한 자선공연이 있을 때는 언제나 달려가 노래했다.


사람이란 원래 한 마디로 평가하기 힘들고, 이러저러한 삶의 면면을 볼 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찾게 되지만 단순한 레게 전설 드레드헤어 밥 말리가 아닌, 입체적인 그의 모습을 알 수 있어서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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