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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Jun 02. 2017

518 민주화운동 한가운데 서 있던 소년을 부르다

한강, <소년이 온다> 서평

우선은 이런 소설을 평가한다는 자체가 나에게는 방자한 일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먼저 든다. 한강 작가가 유명하거나 <소년이 온다>가 이미 널리 알려지고 많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라서가 아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소재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으며, 소설에 대한 평가가 자칫 518에 대한 평가처럼 읽힐까 하는 조심스러움이 앞서서다. 그러나 소설 자체에 대해서 깎아내릴 어떠한 대목도 없으므로, 그런 우려는 접어두고 소감을 말해본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이하 '518')은 교과서에서 다루고 있으니만큼 모르는 국민이 없는 역사적 사건이지만, 실은 우리가 그 내막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518이 왜 시작되었는지, 어떠한 과정을 거쳐 그렇게 도시 전체로 번져나갔는지, 왜 군부에서 도시를 통제하고 사격을 가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발포 명령은 누가 내렸는지, 그 과정에서 죽은 사람들에 대해서 국가는 어떻게 책임지는 자세를 보였는지, 교과서에 실려 있는 데다 민주주의적으로 대단히 큰 의미를 가지는 운동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놀라울 정도로 아는 게 없다. 우선은 그 점에 대해서 국민들도, 정부도 크게 반성을 하는 게 먼저라는 생각이 든다. 그 의미를 따지자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정부가 주도한 민간인 학살 사건'이라는 점, 이 점은 아무리 곱씹어 보아도 너무나 어둡고 잔인하고 슬픈 역사가 아닐 수 없다. 연쇄살인범에게 친척이 죽었다 해도 슬프고 억울할 판에, 오히려 국민을 앞장서서 보호할 의무가 있는 국가가 국민을 살해하다니. 이런 말도 안 되는 비극을 어떻게 상상이나 하겠는가. 그러나 그것은 엄연히 일어난 일이며, 아직도 유가족들은 그 슬픔에서 온전히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가 한강은 이런 518을 정면으로, 내부에서 다룬다. 그가 비록 518의 현장에 있지는 않았으나 남겨진 사료들을 모두 검토하고 관계자들(혹은 생존자들)을 만나 인터뷰하여 518의 현장에서 죽어간 한 소년을 중심으로 소설을 써 내려간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 <소년이 온다>의 주인공은 '동호'라는 소년이고, 군인의 총을 맞고 쓰러져 죽은 자신의 친구를 찾느라 돌아다니는 과정을 비롯하여 동호가 사라진 뒤 죽는 날까지 가슴앓이하는 동호 할머니의 이야기까지를 다룬다.


소설의 특징으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을 무어라고 해야 할까.

우선은 518이라는 소재 자체가 특별하다. 그 전에는 518을 이렇게 구체적으로 다룬 소설이 없었으므로.

다음으로 '동호'라는 인물이 실제로 존재했다는 사실이 특별하다. 작가 한강은 이 학생(영령)의 졸업 사진까지 직접 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세세한 묘사가 특별하다. 이 소설을 읽기 전까지 518의 현장에서 어떠한 형태로 학살이 자행되었는지 솔직히 잘 알지 못했다. 다만 군인들이 우발적이 아닌 계획 하에 시민들을 사살했으며 무차별적으로 폭행하고 시체들을 숨겼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소설 속에 드러난 518의 현장은 너무나 끔찍하다. 정말이지 책을 덮고 외면하고 싶다. 구역질이 났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의심스럽고 억울하고 분통이 터졌다.


작가 한강은 에필로그에서 자신이 소설을 쓰는 과정에서 겪었던 고충을 토로했다. 주변과의 연락을 끊고 계속해서 518의 사료들을 검토하다가 세상에 나가니 세상이 왜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지, 왜 이렇게 밝은 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했다.

오로지 작품에 몰입했을 때 생겨나는 그 감정의 괴리를 어렴풋이나마 이해한다. 그가 이 소설을 쓰면서 얼마나 괴로웠을지 짐작이 간다. 그래서 그가 밝혀둔 이 소설을 쓴 목적이 꼭 이루어지면 좋겠다. 동호의 형이 말한 것처럼.


아무도 내 동생을 더 이상 모독할 수 없도록 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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