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 케인, <콰이어트> 독후감
나는 도대체 내향적인 인간인가, 외향적인 인간인가?
성격이라는 것에 대해 알고, 또 성격이 성공을 결정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내 자신에게 품게 된 아주 오래된 질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고민을 해 보아도 나는 내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나 뿐만이 아니었다. 제 3자의 시선이라는 객관적인 무기로 다른 사람을 보아도 그 사람을 판단하기도 어려웠다. 나를 비롯한 모든 인간들은 때로는 내향적인 것처럼 보였고, 때로는 외향적인 것처럼 보였다. 시끄럽기도 유명한 연예인 노홍철이나 수줍고 시 쓰는 시인 하상욱처럼 한 가지 성향이 지배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대체 성격이 어떻다고 판단을 내려야 할까?
<콰이어트>를 읽고나서 가장 좋았던 것은 내 자신의 성격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콰이어트>에서 묘사하는 내향적인 인간의 모습은 이러하다.
내향적인 사람은 사교술도 뛰어나고 파티와 사업 미팅을 즐길 수도 있지만, 잠시 지나고 나면 집에서 파자마 차림으로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가까운 친구, 가까운 동료, 가족에게 에너지를 집중하는 쪽을 좋아한다. 말하기보다는 듣고, 말하기 전에 생각하고, 말보다는 글로 자신을 표현하는 쪽이 낫다고 느낄 때가 많다. - 본문 중
나는 사람들과 술마시거나 함께 하이킹 하는 등의 활동적인 일을 싫어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즐기는 편이고 또 그러한 모임에 그저 참석하기보다 조직하는 쪽에 가깝다. 하지만 나는 매일같이 그러한 일을 반복할 수는 없으며, 또 결정적으로 술을 마시든 뭘하든 남과 지나치게 오래 있는 것을 싫어한다. 언제나 혼자 있는 상태로 돌아가려고 하는 내면의 욕구가 있다. 또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을 싫어하고 수많은 지인보다 돈독한 몇 사람의 친구를 선호하며 언제나 말보다는 글을 선호한다. 책 속에 묘사된 내향적인 인간과 거의 일치하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외향적 인간이 언제나 파티를 즐기는 것은 아니다. 외향적이든 내향적이든 인간은 누구나 홀로 지내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외향적 인간의 경우 그 시간이 훨씬 적다는 것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 사람의 성격을 내향적이다 외향적이다 떡 자르듯 나눌 수 없다는 것이다. 인간에게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기질이 있어서 그것이 어느 정도 성격을 결정하고, 또 자라면서 성장 환경에 따라 성격이 영향을 받는다. 내향적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모든 아이들이 내향적이지 않은 이유가 바로 그런 것이다. 하지만 기질은 40-50% 정도의 성격을 결정하기 때문에 내향적으로 태어난 아이가 완전히 외향적인 인간의 전형(책에서는 빌 클린턴을 예시로 든다)으로 자랄 수는 없다.
그래서 나는 부모님의 성격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 보았는데, 우리 어머니는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긴다. 반면 아버지는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을 즐긴다. 그래서 아버지는 부부 동반 모임 등에 어머니를 데려가려고 하지만 어머니는 그런 걸 안 좋아하시기 때문에 갈등이 생길 때도 많다. 그리고 나는 '사교성이 있는 내향적 인간'에 속해서, 여러 모임을 조직하고 사람들을 자주 만나지만 본질적으로는 혼자 있는 시간을 더 좋아하는데 이러한 성격이 된 것은 어쩌면 외향적인 아버지와 내향적인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덕일 수도 있다. <콰이어트>에서는 이러한 성격과 부모자식간의 갈등, 그리고 관계에 대해서도 아주 구체적인 예시와 조언을 들려주고 있는데 이 역시 이 책의 놀라운 장점이다.
‘외향성 이상’을 떠받드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내향적인 사람은 남자들의 세상에 사는 여자처럼, 정체성의 핵심을 이루는 특성 때문에 무시당한다. - 본문 중
사실 한국 사람들은 성격 테스트를 학교에서도 많이 하고(나는 이 경우에는 ESTJ라는 유형이 많이 나왔었는데 사실 이런 테스트는 내가 이러한 성격이 되고 싶다는 암시를 걸고서 진행할 경우 원하는대로 답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평소 별자리나 혈액형 등에서 관심이 많은데, 희한한 것은 내향적인 성격이라는 결과가 나오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건 <콰이어트>에서 말하듯, 현대의 세상에서는 자신을 드러내고 사람들과 잘 부대끼는 외향적 성격을 일종의 '이상'으로 설정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콰이어트>를 읽고나서 나의 내면에 일어난 변화는 아주 크다.
나는 내가 내향적인 인간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그에 맞춰 나를 위해 좀 더 생활의 방식을 조정하기로 했으며, 그 장점을 살려 글쓰기에 더욱 집중하기로 결심했다.
사실 세상은 언제나 몇 가지 큰 카테고리로 나뉜다. 인종은 황인 백인 흑인, 지구는 남반구 북반구, 성별은 남자와 여자, 성격은 내향성과 외향성. 결국 세상의 반이 남자이면 나머지 반이 여자라서 균형을 이루듯, 사람의 성격도 외향적인 사람이 반이라면 내향적인 사람도 반이 있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누구나 사회 생활을 위해, 또 성공을 위해 외향적인 척 살아가는 이 사회에서 자신이 내향적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못하고 살아갈 때 그 사람의 삶은 행복하기가 무척 어렵다고 생각한다.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했다. 나는 그것이 자신의 행복을 위한 첫 단추라고 생각하며, 자신이 내향적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첫 걸음이 <콰이어트>를 읽는 것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