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발전
술을 마시고 다니든 하루가 멀다 하고 애인을 갈아치우며 다니든 남들에게 “저렇게 살아선 안 돼.”라는 비판을 듣는 사람들일지언정 하고 싶은 일은 분명히 있다. 그 하고 싶은 일이 마흔 살까지 매일 술 마시기라면 그것도 상관없다. 마흔 살까지 매일 술을 마시려면 술 마실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해야 하고, 술 마실 체력을 위해 운동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포인트는 누구에게나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것이다. 거창하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 당장 뭘 하고 싶은지 떠 올려 봐도 되고, 일주일 전에 뭘 하려했었는지 혹은 다음 방학 때 뭘 하고 싶은지 생각해 봐도 좋다. 혹시 서랍 속에 예전에 만들어둔 버킷리스트가 있지는 않은가?
실은 나는 뭐든 금방 질려하고 내버려두기를 잘해서 여태까지 못 이룬 목표는 수백 개, 하지 못한 일도 수백 개나 된다. 휴대폰 게임도 하루 이틀 하다가 복잡해지기 시작하면 곧 지워버리고, 친구도 연달아 며칠 같이 다니다 보면 질려서 거리를 둔다. 하지만 세 가지만큼은 꾸준히 하면서 놓지 않고 있다. 독서·드럼·자전거다. 평생 즐기며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건 어쩌면 이십대에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어머니의 말씀에 따르면 나는 어릴 때부터 TV와 책이 있으면 책을 보는 아이였다고 한다. 아버지는 TV를 좋아하시고 어머니는 책을 좋아하시기 때문에 그게 유전인지 무엇인지는 모른다. 심지어 나는 누나가 TV를 오래 보고 있으면 부모님이 꾸중을 하셨기 때문에 눈치가 보여서 책을 보는 습관이 생겼을 지도 모른다는 짐작도 한다. 원인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 나는 언제나 책을 좋아했고 대학교에 가서 술을 퍼 먹으면서도 독서만큼은 놓지 않았다. 책을 읽을 때에 가장 마음의 평화를 느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 지식이 쌓이고 여러 책의 지식이 상호작용하면서 머릿속에서 새로운 지혜를 만들어낸다. 특히 철학에 관한 책을 읽다보면 자기가 끌리는 철학을 발견하게 마련인데, 그런 철학이 여럿 생기면 또 그 사이에서 자기만의 인생관을 형성하게 된다. 세상 모든 일을 체험하지 않고도 자기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게 되고, 앞으로 갈림길을 두고 선택해야 할 때 무엇을 기준으로 해야 할지 자신의 기준을 갖게 되는 것이다.
대학교 내내 전공서적은 보지 않고 높게 쌓아둔 전공서적 더미 뒤에 숨어 다른 책들을 읽어댔다. 그 사이에 (중학교 이후로 그만 두었던) 글쓰기를 다시 시작했고, 본격적인 창작활동은 아니어도 글쓰기와 관련된 일들을 했다.
KIOM(한국한의학연구원) 블로그 기자단 (2010)
다산북스(출판사) 온라인 서포터즈 (2010)
경주 대학생 우수명예블로거 (2010)
△ 대학생 시절 글쓰기와 관련된 활동
동국대학교 교수학습개발센터 주최 '내 안의 학습비법' 사례 공모전 1차 공모작 (2009)
동국대학교 대학선도 실천과제 아이디어 공모전 가작 (2010)
동국대학교 교수학습개발센터 주최 '내 안의 학습비법' 사례 공모전 최우수상 (2012)
<좋은생각> 제8회 생활문예대상 채택 (2013)
△ 대학생 시절 글쓰기와 관련된 수상
이렇게 대학교 시절 나름대로 독서와 글쓰기에 관심을 두었더니 졸업 후에는 더더욱 이쪽 길로 발을 들이고 싶다는 열망이 강해졌다. 윤태호 작가의 <미생>을 보면 주인공 장그래가 어떻게 바둑을 하게 되었는지가 나온다. 아이가 바둑을 두는 주변 사람을 통해 우연히 바둑을 접하고, 거기에 약간의 재능을 보이면서 그 아이는 바둑의 길을 걷게 된다. 나중에 입단은 물론이고 세계에 이름을 날리게 될 거라는 주변의 기대와 본인의 흥분을 품고서 말이다. 나에게는 글쓰기가 그러했다. 몇 번 글쓰기와 관련해 주변의 인정을 받게 되면서 나는 대학교를 졸업한 후 더 깊은 공부를 위해 방송통신대학교 대학원의 문예창작콘텐츠학과를 다니기도 했다.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는 것과 별개로 나는 독서를 할 때 책의 교훈을 좀 더 내 자신에게 깊이 새기는 방법을 찾아냈다. 그건 바로 독후감이었다. 처음에는 좋은 책을 읽었을 때 그 내용이나 거기서 받은 감명을 잊고 싶지 않아 짧게 몇 줄을 쓰는 게 다였다. 그런데 하다 보니 그 내용 자체도 기록을 해 놓으면 나중에 그와 관련된 책을 다시 보고 싶을 때 시간을 훨씬 절약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소감도 점점 자세해졌다. 그렇게 자세해진 독후감은 나만의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글쟁이들이 모이는 <브런치>에 매거진을 만들어 연재를 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102번째 독후감을 올렸다. 언젠가는 내 독후감이 독특한 필체나 분위기 등으로 인정을 받아 내가 평론가가 되는 날이 올 지도 모른다.
블로그 활동을 하거나 독후감을 쓰는 것과는 별개로 내가 재밌게 읽은 소설을 창작해 내는 데도 흥미가 있었다. 그 흥미는 단편소설을 쓰는 실천으로 이어졌고, 그냥 쓰는 것보다 남들에게서도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에 ‘단편소설을 통해 신춘문예에 당선된다.’는 목표 수립으로 연결됐다. 2018년 현재, 나는 올해의 목표로 ‘매월 단편소설 한 편 이상을 쓴다.’를 세웠고 꾸역꾸역 한 편씩 하드 드라이브에 소설을 잘 채워 넣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본격적으로 작가로의 길을 걷고 있다. 2017년에는 <바디프로필 한 번은 찍어봤니>라는 운동정보 매거진을 브런치에 연재해서 수상 후 책으로 만들어냈고, 2018년에는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생활의 정보와 일기를 정리해 <29세 한의사, 캐나다 워킹홀리데이>로 펴냈다. 지금은 20대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해 함께 살아가는 청춘으로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또다시 글을 쓰고 있다. 나는 분명 이렇게 책 그리고 글과 함께 살아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