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이 부족한 한국 사람들

by 유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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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언제나 자기가 서 있는 곳에서만 남을 볼 수 있다. 한국은 일본과 가까우니까 한국 사람들이 일본에 대해 좀 알 것 같지만 실은 별로 아는 게 없다. 안다고 하는 것도 어디까지나 ‘한국의 관점에서’ 일본을 보는 일부에 불과하다. 해저에서 태양의 모습을 알 수 없고, 우주에서 미나리의 생김을 알 리가 없다. 그래서 언제나 서 있는 위치를 바꾸었을 때 세상이 달라지는 경험은 놀랍다.

자전거를 타기 전 나는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지만 사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심지어는 거북이처럼 기어서 일지언정 히말라야에도 올라갈 수 있었다. 전적으로 오기와 스물다섯이라는 나이의 힘이었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서는 주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는지/안타는지, 나아가 운동을 하는지/안 하는지에 관심이 생겼다. 서 있는 위치가 바뀌어 풍경이 바뀐 것이다. 그리고 나는 사람들이 놀랍도록 운동을 안 하고 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한국 사람들이 유럽이나 북미 등의 서구권 국가로 여행을 가면 가장 놀라는 게 아침이고 밤이고 길거리를 달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사실 시간을 가리지 않고 러닝화를 신고 달리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데 한국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다.

한국의 도시는 유럽이나 북미처럼 블록형 구조가 아니라서 서울의 경우 올림픽 공원이나 한강변 등 넓은 장소를 굳이 찾아가지 않으면 운동을 하기 힘든 시설의 문제도 있지만 그보다는 본질적으로 ‘운동→건강’으로 이어지는 개념의 연결이 부족한 것 같다. 원인이야 찾자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앞서 말했듯 국토가 좁고 전후 난개발이 되면서 운동할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고, 보고 배우는 게 있어야 하는데 부모님 세대는 자신의 몸을 바쳐 국가를 재건하느라 운동할 시간을 확보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일은 많이 하고 운동할 시간은 없으니 운동→건강보다 ‘병원(보약)→건강’으로 이어지는 개념이 더 강해졌다. 물론 거기에는 다른 나라에 비해 완벽할 정도로 보장성이 높은 전국민 건강보험제도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최근에야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구호도 인기를 얻고 ‘주 52시간 근무제’라는 제도까지 생겨나면서 시간에 여유가 생겼고, 지자체들도 사람들이 쉬거나 운동할 수 있는 녹지를 다시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있으니 앞으로 점차 나아질 것이다.

원인은 제쳐두고 현재 상황에서 보자면 한국 사람들은 정말 운동을 안 하는 편에 속하는데, 내가 공중보건의 시절 만난 환자들을 보면 노동은 엄청나게 한 데 비해서 건강관리에 들인 노력은 정말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무릎이 아프고, 허리가 아프고, 어깨가 아프고…. 종종 “어디가 아프세요?”라고 물으면 “안 아픈 데를 찾는 게 더 빨라.”라고 답하는 환자들도 있을 정도인데 이런 전신의 만성 통증은 과한 노동이 분명 주원인이지만 올바르게 건강관리를 하지 않은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한다.

절대적인 수치로 보아 의사들이 권고하는 운동량은 많지 않다. 유산소 운동의 경우 살짝 땀이 나는 정도의 수준으로 40분 정도, 주 3회 이상을 할 것을 권하고 있고 근력 운동의 경우 특히 하체를 위주로 해서 주 3회 정도를 권하는데 근력과 유산소 운동을 하루씩 번갈아 주 6회 한다고 해도 겨우 하루에 1시간도 안 되는 시간이다. 평생을 건강하게 지내기 위해 겨우 하루 1시간의 운동을 요할 뿐인데 그걸 하지 못한다면 나중에 아플 때 누구를 탓할 수 있겠는가.

또 이쯤에서 꼭 하나 언급하고 싶은 것.

“나는 오늘 59분밖에 없으니 1시간 못 채우겠네. 그냥 쉬고 다음에 할래.”라는 태도는 절대 금물이다. 하루 종일 8시간씩 앉아 있는 사람이 매 1시간마다 일어나서 5분씩 스트레칭만 해도 허리디스크에 가해지는 압력은 크게 줄어들고 누적이 됐을 때 디스크탈출증이 생길 확률도 당연히 크게 낮아진다. 시간이 얼마가 있든 그 시간을 자기를 위해 투자하자. 화장, 독서, 휴식에 못지않게 운동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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