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일곱 살이던 2015년 겨울, 나는 새해를 앞두고 하나의 결심을 했다. 다가오는 2016년에는 열심히 헬스를 해서 멸치를 탈출해 보자는 거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십 년을 항상 64kg(±1kg)으로 살아온 나는 더 이상 너무 말라 보인다는 소리도, 약해 보인다는 소리도 듣고 싶지 않았다. 스물일곱 살은 도전하기에 이르지도 늦지도 않은 아주 적당한 나이였다.
나는 한 달 정도 혼자서 인터넷과 서적을 통해 정보를 알아보며 운동을 병행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체형을 바꾸는 수준의 운동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거였다. 그래서 2월에 헬스장에서 PT를 받기 시작했고, 처음으로 제대로 근력 운동을 배우게 되었다.
처음에는 벤치에 누워 20kg짜리 바를 움직이기만 해도 금방 가슴이 아팠다. 데드리프트를 하고 나서 며칠 동안 제대로 걷지도 못한 건 당연했다. 하체 운동을 하는 날이면 혹여나 다리가 풀려 계단에서 굴러 떨어질까 봐 꼭 옆에 있는 안전 바를 잡고 다녀야 했다.
그러나 그렇게 힘들여 운동하는 동안에 변화는 금방 나타났다. 한 달 뒤에는 벤치 프레스 50kg를 3세트 할 수 있게 되었고, 스쿼트도 60kg 이상을 할 수 있게 됐다. 관장님 말씀으로는 원래 한두 달 안에 무게 증가가 가장 빠르다고 했다. 그 전에는 근육을 제대로 쓸 줄 몰랐다면 첫 한두 달 사이에 근육을 쓰는 요령과 자세를 제대로 익히게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6월이 되자 몸무게가 어느 새 80kg를 넘겼다. 일주일에 5일 이상 운동을 하면서 보충제와 닭가슴살, 고구마 등을 잊지 않고 챙겨 먹었더니 몸은 금세 불어났다. 상의 사이즈는 95에서 110이 되었고, 원래 입던 30인치 사이즈 바지는 전부 버려야 했다. 너무 갑작스럽게 체격이 변해서 옷을 다 버릴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말이다. 몸이 만족스럽게 불었다고 생각한 나는 결심한 대로 바디프로필을 촬영하기로 했다. 촬영은 11월이었다.
원래 최소 3개월을 준비해야 하는 다이어트지만 해를 넘기고 싶지 않았던 데다 다이어트를 오래 하는 게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해 일정을 확 단축해 6주로 만들었다.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의 몸무게는 81kg이었고 바디프로필 촬영 당일의 몸무게는 63kg이었다. 6주 만에 18kg를 감량한 셈이다. 문자 그대로 지옥 같은 다이어트 일정이었다.
고생한 보람이 있어 바디프로필 촬영은 성공적이었다. 배에는 혈관이 선명하게 드러났고 식스팩도 분명히 솟아 있었다. 좀 더 전체적으로 볼륨이 컸으면 좋았겠지만 근육을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혹독하게 다이어트를 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었다. 나는 그렇게 9개월의 대장정 끝에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고 스스로 너무나 자랑스러운 바디프로필 사진을 가지게 됐다.
그러나 사진을 남긴 그 때는 운동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막연하게 몸짱이 되고 싶고, 사진 한 장 남기고 싶다는 생각만 했지 그게 내 인생에 어떤 영향을 주리라고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진을 한 번 찍고 나니 내면에서 이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대로 다시 예전의 마른 몸으로 돌아갈 거야?’
아니었다. 9개월 동안 운동을 하며 느낀 게 있었다.
첫째, 나도 할 수 있다.
남들보다 밥을 많이 먹는데도 전혀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라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했지만 전문가와 함께 체계적으로 운동을 하자 내 몸은 분명히 변했다. 이 교훈은 꼭 운동에만 적용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독학으로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학생도 족집게 과외로 성적을 올릴 수 있듯, 인생에서 이루고픈 목표가 있을 때 혼자서 잘 되지 않는다면 전문적인 도움을 받아 좀 더 달성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나는 근력운동을 좋아한다.
그전에도 몸매를 바꾸기 위한 시도는 했지만 이렇게 무거운 것들을 들어가며 진땀을 흘린 적은 없었다. 그래서 푸시업 수백 개를 하면서도 몸이 변하지 않으니 재미가 없었고 운동은 나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매일 헬스장에 가는 시간을 기다렸다. 가서 내가 간신히 들어 올릴 수 있는 역기를 들어 올릴 때 근육이 불타는 것을 느끼며 땀을 흘리고 싶었다. 열심히 운동하고 혈액이 몰려 부풀어 오른 근육을 샤워장 거울로 볼 때면 너무나 행복하고 뿌듯했다. 운동을 하지 않는 날은 잠도 잘 오지 않았다.
셋째, 운동을 할 때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하다.
누구나 운동을 하고 나서 기분이 좋다는 것을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달리기를 했든 근력 운동을 했든 사용한 근육이 후끈거리는 것을 느끼면서 몸이 강인해 졌다고 느끼기도 했을 것이다. 나도 몸을 만들면서 그 점을 너무나 많이 느꼈다. 항상 거북목에 어깨를 약간 움츠리고 다녔던 내 자세는 체중이 불면서 저절로 가슴이 펴지고 목도 뒤로 당겨졌다. 엉덩이는 불룩하게 부풀어 올랐고 허벅지에서도 어떤 산길이라도 달려올라 갈 수 있을 것 같은 힘이 항상 느껴졌다. 그야말로 온몸의 에너지가 폭발한 순간만 기다리며 휘돌고 있는 느낌이었다.
내가 운동을 그만 둔다는 것은 매번 운동하는 그 순간 생각하는 ‘나도 할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위해 시간을 쓰고 있다, 나는 건강해지고 있다’의 3가지를 모두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마치 삶 자체를 포기하는 것과 같은 정도의 의미를 갖는다. 그러니 어떻게 운동을 그만 두겠는가? 나는 이제 남은 인생의 1/20을 운동에 저당 잡힌 것과 같지만 이보다 기분 좋은 포로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