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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Dec 21. 2018

[노답민국] 우파의 박정희와 좌파의 노무현

좌우 갈등 (2)

우파의 박정희와 좌파의 노무현

 한국 사람들은 대통령을 볼 때 계보를 함께 본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지는 계보가 있고, 김대중-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지는 계보가 있다. 전자는 우파에서 추종하고 후자는 좌파에서 추종한다고들 한다.(예외적으로 김영삼 대통령은 좌우 양쪽에서 민족주의적 행보가 있었고 대체로 다 잘했으나 IMF가 그의 오점이다 하는 평가를 받는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우파에서는 한국 경제를 살린 신화적 인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좌파에서는 유신을 통해 장기간 독재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죽여가며 민주주의를 억압한 최악의 인물로 평가받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좌파에서는 밑바닥에서 시작해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며 대통령까지 올라간 입지전적인 인물이자 처음으로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었던 겸양있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우파에서는 뇌물을 받고 자살한 인물로 조롱당한다.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양쪽 다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 예를 들어 박정희 대통령 때 경제가 발전한 것을 두고 좌파에서는 박정희가 잘한 게 아니라 미국이 그렇게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에 잘 된 것이라고 하며, 노무현 대통령의 뇌물수수 사건에 대해 좌파는 말도 안되는 것을 혐의로 걸어 사람에게 망신을 주고 죽게 만들었다고 하지만 우파는 뇌물을 받은 게 틀림없고 죄값을 받는 게 당연하다고 한다.

 그러나 결론이 나지 않는 싸움이다. 이미 고인이 된 두 사람을 두고 현대의 우리들이 싸워서 도대체 무엇을 얻을 것인가. 물론 진실을 가리고 거짓으로 선전을 하는 행위는 지양, 또는 강력히 처벌받아 마땅하겠으나 자신의 히어로만은 도화지처럼 새하얀 사람일 것이라고 믿는 자들에게는 어떤 말도 쇠귀에 경읽기에 불과할 것이다.


서로의 진영에 대한 '나쁘다' 인식을 버리는 게 먼저  

 우파인 사람에겐 좌파가 나쁘다는 인식이 있다. 동성애니 뭐니 하는 온갖 잡다한 것들을 다 허용해 사회의 질서를 어지럽히고, 빈자에 대한 복지를 과다하게 주장해 사람들을 게으르게 만들고 결국 나라를 망하게 한다고들 한다.

 좌파인 사람에겐 우파가 나쁘다는 인식이 있다. 말도 안 통하는 꼰대질은 기본이고 철 지난 예절이나 법칙을 들먹이기 일쑤이며 항상 국가와 기업이 먼저라고 생각해서 정작 박봉과 생활고로 죽어가는 사람 생각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좌파도 우파도 나라를 거덜나게 하려고, 망하게 하려고 생겨난 개념이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다시 말해 어떻게 '더 낫게' 만들 것인가 고민을 하는 와중에 서로 다른 방법론을 제시하면서 좌와 우가 나뉘게 된 것이다. 그러니 본질은 우리가 더 잘 살자고 생겨난 것인데 지금은 좌와 우 중에 어느 하나만 옳다고 싸우고 있으니 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일인가.

 경제적으로 나라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나라 그 자체를 성장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그 안의 국민들의 삶의 질도 높여주는 게 필요하다. 그래서 생산성을 높이고 기업이 잘 될 수 있도록 나라에서 규제를 완화해 주는 것도 필요하며, 동시에 노동자들의 의욕을 향상 시키고 그들이 시스템 안에서 부품처럼 맥없이 죽거나 다치는 일이 없도록 충분히 돌봐주는 것도 중요하다.

 성장만 바라보고 채찍질 하다보면 노동자들이 다 죽어나가고, 분배만 바라보고 달리다 보면 기업이 이익을 창출하지 못해 망하거나 해외로 이전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런데 어떻게 한쪽만 보고 가자고 할 수 있는가.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하는데 무슨 정책만 내놓았다 하면 좌다 우다 나뉘어 싸우고 있으니 발전이 느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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