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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Dec 18. 2019

그 분은 여러분이 집 사려고 뺑이치는 걸 원하십니다

그들만의 리그, 부동산 가격의 상승과 하락

 요 며칠 부동산 이야기로 나라가 아주 떠들썩하다. 집값을 규제하려 들면 들수록 강남과 서울 집값은 폭등하고, 그 오르는 기세가 너무 빠르다보니 온동네 사람들이 다들 영혼을 끌어모아서라도 강남에 집을 사야한다며 난리가 났다. 그 난리를 듣다 못해 정부에선 대출 규제 카드를 꺼냈다. "15억 넘는 집을 대출받아서 사겠다고? 그런 돈을 왜 빌려주냐 안 돼!"라고 못 박아버린 것이다. 그러자 또 난리가 났다. 이제 14억 9900만원짜리 집이 가장 인기가 많아질 거라고 한다.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비싸고 높고 넓은 아파트에 사는 그 분께서는 이런 난리를 보며 아주 흐뭇하게 웃고 계신다. 뭐든지 논란이 되어야 돈이 되는 법이다. 이제 '서울 강남 부동산은 절대불패, 어떻게 해서든 사야하는 것'이라는 공식이 생겼다. MUST HAVE가 된 것이다. 강남에만 여러 채 집을 갖고, 서울 곳곳에 빌딩을 갖고 계신 그 분께서 어찌 흡족하지 않으랴? 아, 여기서 말하는 그 분은 특정한 한 분이 아니라 이미 싼값에 서울 부동산을 매입해 갖고 계시던 고귀하고 행복하신 분들을 칭함이다.

 반대로 그 분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하나 알려주겠다. 바로 부동산 폭락이다. 너무나 쉽지 않은가? 아무도 집을 사지 않겠다고 선언하면 부동산은 폭락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강남 아파트는 또 1억이 올랐다고? 어차피 당신에겐 그 집을 살 20억이 없었는데 그 집이 1조가 되든 1억이 되든 무슨 상관인가? 시멘트로 쌓아올린 돌덩어리를 20억에 사고 싶다면 그건 당신의 자유지만, 어차피 내가 갖지도 못할 물건의 가격이 오르는 것에 왈가왈부 하는 것 자체가 인생의 낭비다.

 부동산 폭락은 수요의 감소에서 시작된다. 비싸기만 한 돌덩어리를 굳이 살 필요가 없다는 걸 전국민이 깨닫게 되면 이 땅의 고귀하신 분들은 참 난감해진다. 이미 가진 재산의 값어치가 하락하고, 심지어 처분도 할 수 없는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모든 사람들이 강남 부동산 사겠다고 달려들면 이건 그 분에겐 누워서 떡먹기다. 가만히 있어도 사람들이 싸우며 값을 올려주니 가진 재산의 값어치가 올라갈 뿐 아니라 팔아서 현금화 하면 단숨에 수억의 차익이 생긴다. 돈이 돈을 낳는다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라 믿는다.

 지배계층이 이런 식으로 돈을 벌어온 것은 오래된 일이다. 그들은 주 5일제를 반대하고, 주 52시간제를 반대하고, 최저임금 상승을 반대하고, 부동산이 오를거라 바람을 넣는다.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아서, 집을 살 수 있고, 그 집을 사면 또 가격이 오를 거라고 '대다수의 서민들'이 믿어야 이 사회가 지배계층을 떠받드는 구조로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어차피 월급으론 집 못 사. 그냥 소소하게 만족하며 살래.' '이 나라 집은 너무 비싸. 근로소득을 모아서 차라리 이민을 갈래.' '주 52시간씩이나 일하는 건 너무 힘들고 어차피 그 돈으론 집을 못 살 거야. 적당히 일하고 주말 즐기며 살래.'라고 생각하면 기득권층을 위한 사회는 붕괴한다. 그래서 유목민은 적이고, 디지털 노마드는 적이지만 주 70시간씩 일하며 세금을 꼬박꼬박 갖다바치는 중소기업 청년(들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아무튼 나는 노마드로 살 것이다. 집 같은 걸 별로 소유하고 싶지도 않고, 그럴 돈도 없기 때문이다. 아마 나의 이러한 생각을 '어차피 못 사니 배 아파서 하는 소리'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건 자유지만 분명히 밝혀둔다. 나에게 20억이 있다면 집을 사는 게 아니라 일년에 4천만원씩 쓰며 50년간 세계여행을 다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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