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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Jan 15. 2020

너무 돈 돈 하지 않는 삶을 위하여

 우리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를 규정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어떤 사람은 "당신이 어떤 책을 읽는지 말하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 했고 어떤 사람은 "You are what you eat."이라고 했다. 그 말을 한 사람들은 자기들이 살아온 경험과 쌓아온 지식에 따라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을 세운 것일 테다. 오늘 내가 생각하기에 사람의 성격을 규정하는 하나의 방법은 어디에 얼마만큼의 시간을 쏟는지를 보는 것이다.

 24시간 중 12시간을 자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휴식과 수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건강을 중시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하지만 건강하기 위한 일반적 규칙을 세세히 공부하고 따르는 사람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통상적으로 6~8시간 이내의 수면이 가장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있으며, 그 이상의 수면이 더욱 좋다는 연구 결과는 드물기 때문이다. 가수 싸이의 수면시간은 아주 짧다고 알려져 있다. 그는 매일 새벽이면 오늘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서 기다릴 수 없어 일어난다고 했다. 그는 콘서트에서 엄청난 열정을 보여주기로 유명한데, 그런 그의 평편과 잘 어울리는 수면시간이다.

 나는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돈에 대해 생각하며 보낸다. 대개는 주식에 관한 생각을 한다. 뉴스를 보면서 이런 주식을 사면 좋겠다 생각하고, 장중에는 시황을 보며 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관찰하고, 장이 끝나고 나면 하루의 매매를 복기하며 반성할 점은 적어놓고 어떤 종목을 사면 좋을지 체크를 해 둔다. 하루에 내가 주식에 쓰는 시간은 못해도 4시간은 되지 않을까 싶다. 

 생각건대 많은 사람들이 돈에 대한 생각으로 많은 시간을 소비할 것 같다. 대출금이 얼마고, 갚아야 할 돈은 얼마인가 하는 생각도 할 것이고 이번 달에 지출이 얼마 정도 될 것 같은데 카드값은 얼마가 나올 거고 월급은 얼마니까 허리띠를 졸라매야겠다는 생각도 할 것이다. 

 그러나 돈에 얽매여 사는 한 인간으로서 또 생각하건대 돈에 대해서 너무 많은 생각을 하는 것은 결코 좋지 않다. 물론 돈을 벌 궁리를 하는 것은 좋다. 돈에 대한 생각도 능동적인 태도로 하는 것과 수동적인 태도로 하는 것이 있는데 '앞으로 이러저러한 분야가 전망이 좋으니까 그것에 관련된 수업을 들어볼까?' 하는 것은 전자고 '아, 내일모레 또 결혼식이네! 다음 주에 설날도 있는데 큰일이다.' 하는 것은 후자다. 전자는 얼마든지 해도 좋은 생각이고 후자는 하면 할수록 걱정만 늘지 현실은 변함이 없으므로 되도록 하지 않는 게 좋다는 뜻이다.

 가끔 나는 내가 지나치게 돈에 대해서만 생각을 하고 산다고 느끼는데, 그럴 때는 스스로를 조금 혐오하게 된다. 애초에 사람 나고 돈 났지 돈나고 사람 난 게 아닌데, 자꾸 사람보다는 돈 생각을 하고 산다면 돈 말고 우주여행이나 암 치료법 개발 같은 엄청난 생각을 해낼 수도 있는 두뇌를 가지고도 한 치 앞만 보고 사는 어리석은 생물로 전락해 버린 게 아닌가 싶어서다.

 그래서 나는 글쓰기를 놓지 않는다. 혹자는 내가 책을 냈다고 하면 그걸로 돈을 벌어서 좋겠다고 하는데 사실 책을 써서 돈을 벌고 그걸로 삶을 영위하는 사람은 이름만 대면 아는 작가들 말고는 거의 없다. 내가 책을 써서 번 돈을 책을 쓰는데 걸린 시간으로 나누면 모르긴 몰라도 최저시급의 10분의 1 정도 되는 돈이 나올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글쓰기는 천민자본주의에 매이지 않는 좋은 수단이 된다. 나는 글을 씀으로써 돈에 대한 생각을 떨치고 매시간을 돈 버는데 써야 한다는 자본주의적 사상에 저항한다. 오늘도 나는 이 글을 쓰며 한 시간 동안 돈을 떠나 나와 삶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이것이 나를 의미 있는 인간으로 존재토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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