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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Jan 26. 2020

나이 먹는다는 건 상상불가의 영역이다

설날, tv속 노인들을 보며

 설연휴, <유퀴즈>를 보니 제주도의 70대 해녀 두 분이 나오신다. 한 분은 그럭저럭 밝은 모습으로 바다가 어떤 존재인지 묻자 "바당이 집이다!" 하신다. 다른 한 분은 다소 어두운 모습으로 자신의 배우지 못함을 계속해서 부끄러워 하신다. 바다도 일터일 뿐이라고 하신다. 그때는 시대가 그러했음에도 불구하고 가난하여 배우지 못한 것을 자책하시는 그 모습이 못내 안쓰러웠다.

 그 다음으로 <놀면 뭐하니>를 틀자 이번엔 85세 아코디언 연주자가 나오신다. 싱어송라이터 하림과 함께 연주를 하시는 모습을 보니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그 중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이 "저 분들은 과연 지금의 자기 모습을 상상하며 살아오셨을까?"다.

 오래 산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평균수명이 80세라는 것은 자연사할 경우 대단히 오래 살게 된다는 뜻이긴 하지만 사람이 죽는 경우는 자연사도 있고 썩 언급하기 좋은 일은 아니지만 한국의 경우 자살률이 높으므로 자살도 피해야 한다. 게다가 당장 1년 뒤에 내가 어떻게 살고 있을지 모르는데 수십 년 뒤를 생각하라고 하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아마 tv 속의 세 분도 딱히 지금을 상상하며 살아오시진 않았을 것이다. 해녀 두 분은 자녀들을 키우기 위해 물질하는 것에 전념하고, 아코디언 연주자는 오직 연주를 향상시키는 것에 온 신경을 쏟으며 살아왔을 것이다. 그 세월이 하루하루 쌓여 어느 덧 70-80대 노인이 됐고 말이다.

 언뜻 보기에 정정해 보이는 세 분이지만 그 내장을 생각해보면 분명 병든 곳이 있을 것이다. 신장과 폐, 간 등 여러 장기들이 80년을 지탱해오며 노화하지 않았을 리가 없는 것이다. 그런 몸으로 여전히 물질을 하고 연주를 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경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소파에 누워 시간들여 생각해보아도 잘 모르겠다. 내가 몇 살까지 살지, 70살이 된다면 그때도 한의사로 일을 하며 살고 있을지, 내 얼굴에는 얼마나 주름이 지고 검버섯이 필지도 모르겠다. 상상도 하기 힘든 나의 70대여, 어서 오라. 나는 40년 뒤 너를 만날 날을 고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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