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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Apr 03. 2020

인생은 운구기일

운칠기삼도 과하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두고 여기저기서 원인을 분석하고 그것을 원망한다. 어떤 사람은 중국에서 시작되었으니 중국을 욕해야 한다하고, 어떤 사람은 인간의 탐욕적인 생활이 원인이 되었으니 인간의 욕망 자체가 문제라 한다. 중국이 실험하던 생화학무기가 유출된 것이라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미국이 중국에다 터뜨렸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그런데 나는 이 원인을 따지고 욕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누가, 어떻게 이 코로나를 만들었든 간에 우리는 이미 전염되었다. 수만 명이 감염되고 수천 명이 사망했다. 망자야 세상을 떠났으니 왈가왈부할 게 없지만 그들의 유족은 슬플 것이다. 또 이런 사태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도 많고 곧 일자리를 잃게 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자영업자들은 난리가 났다. 특히 헬스장처럼 공식적으로 폐쇄 행정명령이 내려온 곳의 업주들은 멘탈이 나가버렸다.

 "2주만, 2주만 더 하라더니 일 년 내내 문 닫으란 거 아뇨?"

 게다가 긴급하게 나온다는 소상공인 대출도 원활하지가 않으니 여유 운영자금이 6개월~1년 정도 되지 않는 이상 숨이 턱턱 막힐 만도 하다.

 실은 나도 직장인의 입장에서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병원의 환자는 줄었고, 다시 회복되려면 수 개월은 걸릴 듯하다. 그러나 이직한 지 3개월이 되지 않은 입장에서 그 수 개월은 엄청나게 긴 시간으로 느껴진다. 그 사이에 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왜 하필 내가 돈 좀 모아보려는 시기에 이런 일이 터지는가? 세상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인생은 원래 운구기일인 것을.


 이 시국에 가장 불운한 사람은 코로나에 감염되어 사망한 사람이겠지만 살아남은 사람 중에선 올해 2, 3월에 가게를 차린 자영업자들이 아닐까 싶다. 적잖은 돈을 들여 가게를 차렸을 테니 야심한 계획이 있었을 테고, 가게 문을 열자마자 사람들이 밀려드는 꿈을 꾸며 잠자리에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라는 단 한 가지 예측하지 못한 사태로 인해 그들은 곧장 폐업 위기를 맞게 되었다. 세상이 얼마나 원망스러울까, 나는 짐작할 수 없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위기는 늘 있어왔다. 95년도에 자영업으로 대박을 치며 대출을 있는대로 끌어모아 가게를 확장해나가던 A씨도 IMF를 예상하지 못해 알거지가 되었을 것이다. 07년도에 주식을 시작해 자산을 2배로 불리며 자신이 주식의 신이라 생각했던 B씨도 리먼사태로 빚쟁이가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위기가 닥쳐올 때, 우리는 항상 눈 뜬 장님이었고, 살아남은 것은 그저 운 좋은 사람들이었다.

 나는 늘 인생이 잘 풀리고 말고는 그저 운에 달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대기업 회장인 사람이 조선시대에 태어났으면 백정의 아들이었을 수도 있는 것이고, 올해 의사 국가고시에 떨어진 사람이 나중에 개업이 1년 미뤄지는 바람에 코로나 같은 재앙을 피해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인생이 너무 안 풀려도 자기를 탓하진 말자. 세상은 원래 우리에게 무심하다. 우리는 그 안에서 굴러다니는 하나의 조약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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