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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May 16. 2020

아, 스승님. 백 년이 지나도 공부하실 나의 스승님!

스승의날 문자


매년 스승의 날이면 연락드리는 분이 있다. 학창시절, 아무것도 모르고 한의학이 어렵다고 투덜대기만 하던 내게 이런 증상에는 여기에 침을 놓으면 좋다, 자 보아라, 톡, 어때? 하며 직접 침치료의 실제를 보여주시며 공부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 분이시다.

처음에는 굉장한 치료 비법이라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한의원을 기웃거린 것도 없잖아 있었다. 항상 사람들은 '비방(비밀처방의 준말)'을 궁금해했고 어떤 한의원이 아주 잘 되면 그것은 비방 때문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한 번 두 번 찾아뵐수록 이 분께 배울 것은 비방이 아니라 공부에 임하는, 삶을 살아가는 자세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미 한 자리에서 20년 이상 진료를 해 오신 스승님께서는 수만 명을 넘는 환자를 보셨음에도 공부를 멈추지 않고 계셨다. 매일아침 한의원이 문 열기 전 일찍 출근해 홀로 책을 읽으며 하루를 여셨고, 진료가 끝나고 나면 그 날 잘 낫지 않던 환자에 대해 꼭 '다음에는 이것을 해 봐야겠다' 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고 퇴근하셨다. 그런 스승님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한의원이 잘 안 될래야 안 될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그 탐구의 자세는 진지했다.

그런 스승님이시지만 참 겸손하기도 하시지,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지역을 이동하기가 어려워서 다소 가볍게 생각될 수 있는 카톡으로 안부를 여쭈었지만 이리 답장을 해 주셨다.

'유송군이나 나나 같이 배우는 입장.'

어쩜 이런 말씀을 하실 수가 있을까. 임상을 해도 나보다 30년 가까이 더 하셨고 책을 봐도 같은 책을 열 번은 더 보신 분께서 아직도 당신과 나의 입장을 동일한 '배우는 사람'의 입장에 두고 계시니 그 겸허함에 나는 더 할 말을 찾을 수가 없어 카톡 앞에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스승님은 스승이길 자부하지 않으시지만 늘 이렇듯 나의 부족함을 깨치게 하시니 어찌 스승이 아니시랴. 다시 한 번 사람은 늘 겸손하고 정진해야 함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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