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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Jul 15. 2020

인간은 뇌인가, 그 이상의 무엇인가

김대식, <인간을 읽어내는 과학> 독후감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철학자 데카르트는 생각이 존재의 증명임을 주장했다. 생각할 수 없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생명이 끊겼을 때 사람의 존재가 무용해지는 것도 맞지만, 그 이전에 생각이 끊기면, 다시 말해 뇌가 죽어도 존재는 무용해진다. 그렇다면 다시 이렇게 물을 수 있다. 


 인간은 뇌 그 자체인가?

 물론 물리적으로 인간은 뇌 그 자체가 아니다. 인간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상식의 범주 안에서 인간은 먹고 말하고 움직이고 똥을 싸는, 뇌도 있지만 그것을 둘러싼 육체도 가졌다. 하지만 인간에게서 팔을 떼내고 대장을 제거한다고 해도 인간은 그대로 인간이다. 여전히 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인간은 뇌 그 자체라 할 수 있겠다.

 


 <인간을 읽어내는 과학>은 뇌과학 책이다. 인간이 어째서 인간인지에 대해 뇌과학적인 접근과 설명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책 속에 나오는 재밌는 실험 중에 이런 게 있다. 사람에게 장미 사진을 보여줄 때 뇌가 반응하는 부분과 백합 사진을 보여줄 때 반응하는 부분이 있다. 이런 부분을 체크해놓고 사진을 치운 다음에 다시 그 부분에 자극을 주면 사람은 장미나 백합이 '보인다'고 한다.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는데 말이다. 

 이 실험을 보면 이런 의문이 든다.

 그렇다면 우리가 보고 있는 이 모든 것은 실재하는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 내 뇌에 전기자극을 주어 조정하고 있는 것인가?

 사실 우리가 우주 전체를 이해하지 못하듯이 생물도 의학도 전체적으로 이해하고 있지는 못하기 때문에 지금 이런 의문에는 답할 수 없다고 봐야 하겠다.

 자아에 대해서도 재밌는 이야기가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들 뇌가 예측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의 한계가 ‘나’라고 생각하는 것, 그것이 바로 자아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 본문 중에서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흑인은 <아프리카> 그리고 <흑인>의 두 가지 키워드를 '나'라는 정체성을 설정함에 있어 대단히 큰 기반으로 삼게 된다. 나 역시 <아시아>, <동양인>, <남자>라는 키워드가 내가 누구인지를 생각함에 있어 크나큰 영향을 준다.

 그러나 생리학적으로 물려받은 인간의 이러한 본성을 떠나 자신의 자아를 확장한다면 어떨까? 내 심장은 지구의 내핵이고, 내 오른팔은 화성이고, 내 왼팔은 달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정도로 과장하면 과대망상증에 가깝지만 어쨌든 자아를 확장하고 설정하는 데 있어서 사실 별다른 한계는 없다는 생각을 해 볼 수 있다. 지금 자신이 너무 보잘것없고 나약한 존재라는 생각에 시달리고 있다면 자신의 자아감을 갱신하고 확장해보는 것은 어떨까?

 책 마지막에 나오는 행복에 관한 이야기도 인상 깊다.

     성공적인 인생이란 머스크처럼 큰 기업을 만드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냥 행복하면 됩니다. 돈을 아주 많이 벌든 멋진 책을 쓰든 간에 행복하게 살아가기만 하면,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행복할 수 있는지 궁금해할 것입니다. - 본문 중에서

 행복은 어떻게 얻는가? 그냥 행복하면 된다. 돈이 많아야만 행복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은 많은 조사와 실험을 통해 증명되었다.

 그냥 행복하자. 비참한 상황 속에서 그저 나를 속이는 게 아니다. 행복은 정말로 마음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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