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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Jul 21. 2020

서울 부동산이 뭐요, 먹는 거요?

 요즘은 매일 뉴스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두 가지다. 오늘의 코로나 환자 몇 명, 오늘 정부에서 나온 부동산 대책은 무엇.

 사람들이 인터넷 여기저기서 분노를 쏟아낸다.

 "집 가격이 이렇게 오르다니 정책이 잘못됐어!"

 "100년을 일해도 집 한 채 못 사는 게 정상적인 나라냐!"

 이 정도 분노가 넘쳐나면 내게 영향이 올 법도 하건만, 나는 여물 씹는 소처럼 아무 생각 없이 이 진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왜? 해도 해도 너무 다른 레벨의 이야기라서.


 대충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서울 집값'이란 것은 10억 근방을 오가는 것 같다. 일단 10억이란 숫자도 너무 비현실적이지만 거기서 반토막을 내도 어처구니없기는 마찬가지다. 5억? 5억은 근로소득으로 모을 수 있나? 아, 물론 모으는 게 불가능하진 않다. 한 달에 4백만 원을 모으면 일 년에 5천만 원이고 그러면 10년 소득으로 5억을 모을 수 있다. 그러나 근로소득자 기준으로 한 달에 4백만 원을 모을 수 있는 사람은 실수령 급여가 5백만 원은 되어야 할 텐데, 근로소득 기준으로 상위 20%가 연소득 7천만 원 수준이다. 세전임을 감안하면 아마 상위 10~15% 정도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사실 자본주의 사회는 사람들이 갖고 싶어 하면 가격이 오르고 갖기 싫어하면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에 근로소득 몇 개월치가 집값이어야 한다는 것이 꼭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세상은 원래 불공평하고 우리가 근로소득으로 집을 살 수 있냐 없냐를 논할 때 건물주 자식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커다란 건물을 갖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식주 해결이 사람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주거 보장이 국가 차원에서 이뤄지지 않으면 사회 전체가 불안정해진다고 생각한다. "내가 죽어라 일해도 편히 누울 집 한 채 가질 수 없으니 태어날 때부터 다 가진 부잣집 놈들에게 해코지를 하겠어!"라고 하는 사람이 나오지 말란 법은 없기 때문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너무 먼 이야기다 보니 나는 서울 부동산이 오르든 말든 거기엔 관심이 없다. 다만 그로 인해 사회 전체적인 분위기가 불화로 흘러가진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뿐.

 어떤 정책이 나와도 획기적으로 부동산 가격을 억누를 수는 없을 것이다. 이미 사람들은 서울 부동산을 '지금 아니면 가지지 못할 귀중한 재화'로 인식했기 때문에. 뭐, 어차피 살 수 없는 거라면 그냥 마음 편히 지켜보는 게 우리 정신건강에는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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