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동안 안 입은 옷 50리터를 버렸다

by 유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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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문득 옷장을 계절 갈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낮엔 아직 따뜻하지만 아침저녁으로 0도 가까이 내리는데 옷 서랍 안에는 여름옷만 한가득이었다. 원래는 주말에 하려고 했는데 막상 또 쉬는 주말에 하려니 시간도 아깝고 워낙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편이다 보니 눈을 뜨자마자 작업에 돌입했다.

나는 행거와 옷 서랍에 주로 입는 옷을 보관하고 나머지는 이민용 가방에 넣어둔다. 그래서 계절 갈이를 하려면 이민가방에 넣어둔 가을겨울옷을 꺼내야 하는데 이민가방에서 옷을 잡아 빼다 보니 한 가지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줄줄이 사탕처럼 딸려 나오는 옷의 태반이 내가 지난 한 해 동안 한 번도 입은 적 없는 것들이었다. 일 년 내도록 한 번도 안 입을 옷을 나는 왜 갖고 있었던 것일까? 아마 올초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갈 때 옷을 제대로 정리하지 않고 그냥 쑤셔 넣었기 때문일 것이다. 한마디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고, 그 문제 자체를 그냥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일단 치워버리고는 아무 문제가 없는 양 살아왔던 것이다.

입지 않는 옷들은 과감하게 50리터의 종량제 봉투에 집어넣었다. 한편으로는 어딘가에 있을 의류수거함에 넣을까 생각도 들었지만, 예전에 찾아본 바 이 동네에는 수거함이 없었다. 게다가 의류수거함의 옷은 대부분 업자들이 수거해 해외로 팔아 돈을 번다는데 그걸 위해 내가 발품을 팔아야 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그보다 입지도 않을 옷을 이렇게 잔뜩 사서 갖고 있었다는 사실이 스스로 조금 부끄러웠다. 옷을 살 때 한 번 더 고려했더라면, 내가 가진 옷이 몇 벌이나 되고 보관할 공간이 얼마나 될지, 과연 이 돈을 주고 이걸 사서 몇 번이나 입을지 좀 더 생각했더라면 사지 않았을 옷이 많았는데 말이다. 결국은 생각이 짧아 지구의 자원을 낭비한 꼴이 되어 부끄러웠다.

봉투에 옷(그리고 일 년간 신지 않은 신발도 두 켤레)을 가득 채우고 묶어버린 후 이민가방을 보니 사이즈가 많이 줄어있었다. 그리고 입지도 않는 옷을 보관하려고 아등바등했던 내 욕심도 딱 그만큼 줄어있었다. 나는 성인 평균보다는 옷을 적게 가졌을 거라 자신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어쨌든 내가 무엇을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알아야 하고, 그보다 더 많이 가진 것은 아닌지 늘 스스로 검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것이 내 삶의 진정한 주인으로 사는 법이요, 지구에 얹혀사는 기생 생물로서 지켜야 할 작은 도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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