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친구를 만났다. 작년에 다른 동창의 결혼식에서 스쳐 지나가며 보긴 했지만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눈 것은 졸업 이후 처음이다. 그러니까 13년 만인 셈이다.
시간이 많이 흐른 만큼 많은 것이 변했지만 이 친구의 변화는 내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재수를 했고, 문과인데 스스로 고민 끝에 프로그래머가 되었다. 문장으로야 한 줄로 끝나는 일이지만 원래 문과 전공에 경영학과를 졸업한 친구가 프로그래머가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지, 정말 대단한 친구다.
친구와 나는 오랫동안 보지 못했지만 어제 만난 사이처럼 자연스레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나는 우리가 많은 부분에서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돈이란 있을 때도 있지만 없어질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먹고 살아갈 길은 언제나 열려 있고 그게 유지되는 한 인생에 별다른 큰일은 없다는 것, 스스로 건강을 유지하고 주변 사람을 챙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등에 대해 우리의 의견은 일치했다.
한 가지 재밌는 건 둘 다 살찌는 이유, 그것을 극복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크게 공감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오늘 친구를 만나기 위해 8km를 달렸다. 전철역 바로 앞으로 약속 장소를 잡았지만 이번 주에 여러 차례 과식을 해서 운동을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친구도 오늘 낮에 힘들게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왔다고 했다. 역시 이번 주에 과식을 해서 그렇다고 했다. 우리 둘 모두 바디 프로필을 찍은 적이 있었고, 심지어 친구는 작년부터는 대회에도 참가하고 있을 정도로 운동에 열정을 쏟아붓고 있다고 했다.
살이 찌는 이유에 대해 이래저래 말이 많지만 부모가 모두 비만이라 유전에 의해 비만이 되기 '쉬운' 사람은 있어도, 대부분의 비만인은 좋지 않은 식습관으로 인해 살이 찐다. 많은 비만 다큐멘터리에서 보여주듯이 비만인 중 "나는 많이 먹는다" "나는 간식을 자주 먹는다" "나는 섭취하는 것에 비해 운동을 적게 한다"라고 인정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대부분 "저는 별로 안 먹는데 살이 쪄요" "운동을 열심히 하는데 살이 안 빠져요"라고 한다. 아마 비만을 게으름의 연장선으로 보는 사회적 시선일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살은 운동을 통해서 빼는 것이 아니다. 그냥 적게 먹어서 빼는 것이다.
단식을 해서 요요가 온다? 정확히 말하자. 단식을 한 뒤, 허기가 져서, 그동안 쌓인 욕구만큼 음식을 더 먹으니 요요가 온다.
저탄고지를 해서 요요가 온다? 역시 정확히 말하자. 저탄고지를 한 뒤, 허기가 져서(단 것이 그리워서), 그동안 쌓인 욕구만큼 단 것을 더 먹으니 요요가 온다.
결국 요요는 자기의 식욕을 통제하는 것에 실패하는 데서 비롯하는 것이지, 단식과 저탄고지와 지중해식 식단과 저열량 섭취 식단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내가 어제저녁을 과식하고, 때문에 오늘 아침은 굶었고 점심은 치킨 3조각만 먹었으며, 오후에 8km 달리기를 한 뒤 친구를 만나 삼겹살 2인분을 먹었다고 하면 비만인은 이렇게 말한다.
"그러니까 그렇게 말랐지!"
이미 스스로도 알고 있다. 적게 먹으면 살이 빠진다는 것을.
굳이 의학을 전공하지 않았어도 누구나 하루 굶는다고 해서 사람이 죽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사람의 몸은 그렇게 나약하게 설정되어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굶어서 빼라고 말하지 않는다. 굶어서 빼는 것이 마치 더 살찌는 지름길인 것처럼 시도조차 하지 않는, 아무런 노력조차 하지 않고 자기가 살찐 것은 단지 세상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라고 탓하고 싶은 사람들의 눈길이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