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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Dec 20. 2021

정말 불안해하며 코로나 1차 백신을 맞았다

 나는 지난주 토요일, 처음으로 코로나 1차 백신을 맞았다. 백신은 화이자였다. 현재 한국의 1차 백신 접종률은 84.7%를 가리키는데 나는 왜 이제야 백신을 맞았는가. 거기엔 다른 이유가 없다. 그저 무서웠기 때문이다.


http://news.tf.co.kr/read/national/1880253.htm

 지난 8월, 내가 사는 시흥시에서 30대 보육교사가 화이자 2차 백신을 맞고 다음날 오전 7시에 사망했다. 알려진 바로는 기저질환이 없는 사람이었다. '30대'가 '코로나 백신'을 맞고 '죽어'? 나는 그때 절대 코로나 백신을 맞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과연 돌아가신 분께서는 코로나 백신 부작용으로 인정, 보상을 받으셨을까? 그렇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지난주에 마음을 바꾸어 접종하기로 한 것은 정부가 미접종자에 대해 계속해서 불이익을 줄 것이 뻔해졌기 때문이다. 물론 백신 주사를 맞던 그 순간에도, 맞은 뒤 이틀이 지난 오늘 아침까지도 갑자기 머리가 아파서 쓰러지거나 죽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계속 있었다. 또한 시흥에서 사망한 사람이 2차를 맞은 직후 사망했기 때문에 3주 뒤에 2차를 과연 내가 맞을 수 있을지 아직도 확신이 없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미접종자를 마구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사실 미접종자가 지금의 1만 명에 가까운 대확산을 불러온 게 아니고서야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백신 맞고 죽은 사람이 분명 있는데 그걸 안 맞는다고 비난한다? 백신은 맞기 싫지만 영화관이나 식당에 가고 싶다고 한다면 그건 다소 이기적인 행위니까 비판할 수 있다. 그런데 죽는 게 두려워서, 아니 죽는 게 아니라 심근염이나 부정출혈 같은 부작용이 두려워서 백신을 못 맞겠다는 것은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건 그들의 선택일 뿐이다. 사실 이삼십 대가 코로나에 걸려서 죽은 사례는 극히 드물다. 젊은이들에게 코로나보다도 백신이 더 무서운 대상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접종자가 방역을 망친다고 마구 비난하는 이들에게 나는 묻고 싶다. 정부의 방역지침에 대해서 정말 그게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지 말이다. 사람들이 거리 두고 각자 운동하는 헬스장이나 골프연습장은 이용하면 안 되는데 왜 종교시설은 이용이 가능할까? 코로나 바이러스가 종교시설만큼은 피해 다닌다는 연구 결과라도 나왔는가? 오늘도 인천의 교회에서 집단감염이 일어났다는 기사가 나왔는데 이렇게 허술하게 방역 구멍을 뚫어놓은 정부는 놔두고 미접종자만 비난하는 것은 실질적인 코로나 감염의 방지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우리는 정치적 이유 때문에 종교시설이라는 가장 큰 구멍을 열어두고서는 백신이라는 작은 눈가리개를 한 채 스러져가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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