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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Jan 02. 2022

나는 돈이 좋고 필요하다

새해의 작은 결심

 어느덧 새해다. 새해 이틀째지만 이다지도 새해 기분이 나지 않을 수가. 크리스마스와 새해에 모두 일을 해서 그런가, 아니면 코로나 때문에 어디에도 가지 않았기 때문인가. 뭐가 되었든 확실한 건 내 생애 가장 아무런 감흥도 없는 연말연시였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 새해 첫날의 라디오를 듣고 있자니 늘 그래 왔듯 또 한 번 무언가를 계획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공부든, 저축이든, 다이어트든 무언가를 결심하면 새해 기분이 나지 않을까. 그런데 대부분은 하고 있는 일이고 어떤 부분에서 나의 습관이나 태도를 바꾸어야 할지 생각하다 한 가지를 떠올렸다.

 나는 평소 인생에 돈이 그렇게 중요하진 않다는 의견을 많이 피력해왔다. 내가 큰돈을 가져본 적은 없지만 30대 평균보다는 수입이 높고 지출은 보통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항상 월 지출이 고만고만하고 나머지는 대출을 상환하거나 저축을 했으니 내 의견이 이상한 것도 아니었다. 최근에 돈이 없어서 쩔쩔매는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태도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나이를 먹으며 주변 사람들을 관찰한 이후다.

 항간에는 돈 필요 없다는 사람이 제일 돈에 환장한 사람이고, 여자 필요 없다는 사람이 제일 여자에 환장한 사람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맨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는 나는 잘 만든 블랙유머라고 생각했는데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그리고 사람을 만나면 만날수록 유머보다도 진리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정말로 돈 욕심 없다는 사람이 제일 돈 돈 거렸고, 여자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앞장서서 외치던 사람들 중 적잖은 수가 성범죄에 연루되었다. 그 참혹한 이중성의 민낯을 보고 있자니 내가 평소에 말하는 "돈, 별로 안 중요하지"라는 태도가 남들 보기에는 "저, 저, 돈에 환장한 놈"으로 해석이 될 거라는 과잉 해석까지 하게 된 것이다.

 물론 꼭 그 이유 때문에만 태도를 바꾸는 것은 아니다. 어찌 되었든 살아가는 과정에서 돈은 반드시 있어야 할 재화이며, 충분한 돈은 나에게 더 많은 자유를 보장해 주기도 한다. 그래서 결론적으로는 돈이 없으면서 돈은 필요하지 않다는 깨끗한 척하는 태도는 이제 버리고, 상당한 부를 쌓은 다음에 "더 이상의 돈은 별로 필요 없을 것 같아. 지금 만족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는 것이다. 그것이 2022년 첫 일기를 통해 밝히는 나의 솔직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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