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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Jan 12. 2022

건강하고 풍족할 때는 세상 무서운 줄 모른다

 한 작년 중순까지만 해도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살았던 것 같다. 여러 가지 일들이 닥치기 전까지는. 사업을 시작하던 재작년 말에도 물론 걱정은 있었지만 그래도 어련히 잘 되겠지 하는 막연한 희망과 기대가 훨씬 컸는데 작년에는 실제로 나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여러 일들이 닥쳐오기 전에 이런 생각을 했었다. 내가 신체 건강하고, 부모님께 효도하고, 친구들과 가끔 만나 회포 풀고 그렇게 사는 것이 뭐가 그렇게 어렵겠느냐고. 하지만 정말 오랜만에 찾아온-백신 맞고- 몸살에 며칠 동안 홀로 집에서 끙끙 앓았고, 예기치 못한 악재들이 정신을 타격했다.



 지금은 가장 힘들 때보다는 다소 회복된 상태라서 이렇게 글이나마 쓰고 있는데, 작년 초와 지금의 내 모습을 생각하니 상상이란 참으로 의미 없는 것이고 자신감이란 것도 실제로 어려운 일을 겪기 전에나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의 우정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기 위해 묻는다고 치자.

 "당신의 절친에게 얼마까지 조건 없이 내어줄 수 있습니까?"

 십만 원, 백만 원, 어떤 사람은 통 크게 일억 원을 외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친구에게서 최근 투자 실패로 인해 급전이 필요해서 그런데 돈을 조금 빌려달라는 전화가 오면 어떨까? 실제 상황이 벌어졌을 때에서야 인간은 스스로의 본질을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이 최근 나의 깨달음이다. 말로 다지는 의지, 말로 하는 약속, 상상으로 그려보는 내 모습 같은 것들은 모두 부질없는 것이고 허상이다. 실제 나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은 오직 실제 상황에서의 행동뿐이다.

 그러니 건강하고 풍족할 때 함부로 까불지 말자. 건강도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고 재물은 말해봐야 무엇하겠나. 저 혼자 잘난 줄 알고 까불다가 된통 깨지는 것보단 매사 겸손한 마음으로 사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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