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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Feb 06. 2022

비혼과 비출산은 불안한 마음을 표현하는 한 수단일 지도

영화 <패밀리맨>을 보고 나서

* 원치 않는 내용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잭 캠벨은 독신의 잘 나가는 회사 사장이다. 그는 뉴욕 한가운데의 스위트룸에 살고 기사를 거느리고 있다. 어느 날 운명은 그에게 새로운 삶을 보여준다. 13년 전에 헤어진 여자 친구와 결혼해 아이 둘을 낳고 장인의 가게에서 타이어 세일즈맨으로 일하는 삶이다. 그는 처음에 당황하고 좌절하지만 나중에는 가족과 헤어지기 싫어한다. 우리 인생에 중요한 것은 부귀일까 아니면 가족일까?



 가족, 특히 자녀가 있는 것이 낫냐 아니냐는 현대인들에게 끊임없이 주어지는 난제 중 하나다. 아이를 낳고 나서 인생이 (좋은 쪽으로) 변했고 아무리 힘들어도 살아갈 힘을 얻는다는 사람이 있는 반면, 아이 때문에 이미 사랑하지 않는 배우자와 헤어지지도 못하고 홀로 쓸 수 있었던 시간과 돈을 빼앗겨 괴롭다는 사람도 있다. 다양한 사람과 경우가 있는 만큼 단정적으로 답을 내리기 어렵다.

 사실 애초에 실험군과 대조군처럼 나누어 비교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같은 사람을 두고 아이를 낳은 경우와 낳지 않은 경우의 결과를 동시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한의대를 졸업한 내가 ‘만약 의대에 갔더라면?’이라는 가정을 하는 것과 같다. 20살의 나는 두 개의 학교에 동시에 다닐 수 없으므로 무조건 둘 중 하나만 골라야 하고, 따라서 내가 누릴 수 있는 미래 역시 둘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아마 의대에 갔더라면 통상적인 의대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해 유급이나 휴학을 했을 수 있고, 어쩌면 다른 의대생들과 마찬가지로 전문의 과정을 밟느라 워킹홀리데이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누가 알겠는가. 가정은 그저 가정인 것을.

 하지만 <패밀리맨>의 잭 캠벨에게는 가정이 아니었고 실제로 그가 선택하지 않았던 또 다른 삶이 주어졌다. 자고 일어나니 아내와 자녀 둘이 생긴 것이다. 그는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떠날 만큼 무정한 사람이 아니었고,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해야 할 직무에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결국에는 비록 고급 양복도 살 수 없고 기사가 모는 리무진도 없지만 가족과 함께 하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 비혼과 비출산에 대해 생각했다. 결혼을 하지 않겠다, 결혼을 하더라도 출산을 하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사실 누가 진심으로 그렇게 홀로 지탱해야 하는 삶을 원하겠는가. 다만 사랑을 하기엔 현실이 너무나 가혹하고, 아이를 키우기엔 미래가 불확실하니 자기 방어를 위해 그렇게 말하는 것일 뿐. 영화 속 잭 캠벨이 그러하였듯 그 사람들에게도 운명이 어느 날 배우자와 자녀를 던져준다면 비혼 주의자와 비출산 주의자 역시 여느 기혼자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가족을 위해 책임감 있는 한 인간으로서 마땅히 최선을 다할 것이다.

 물론 최선을 다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 지금의 가족과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것도 알고 있다. 조금 더 돈 많은 / 배려심 있는 / 똑똑한 / 착한 배우자와 결혼했더라면, 혹은 조금 더 내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고 나서 / 경제적 안정이 이뤄진 후 아이를 낳을 걸 하는 가지각색의 후회가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무겁게 가슴을 짓누를 수도 있다. 그럴 땐 어쩌면 좋을까? 이에 대한 답은 미혼인 나로선 솔직히 잘 모르겠다. 다만 잭 캠벨이 그러하였듯 모든 것이 완전하게 갖춰진 사람이라면 굳이 그때 결혼을 하고 싶을까? 부족한 것이 있을지언정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할 수 있는 순간이 누구에게나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생각해보자. 결혼이라는 선택 자체는 잘못되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그 이후의 과정이 어떠하였는지 돌아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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