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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Jun 07. 2024

나만의 속도를 지키는 게 어려운 이유

 비교는 불행의 시작이라고 성현께서 말씀하셨건만, 인간은 비교를 할 수밖에 없는 비극적 숙명을 타고난 동물이 아닐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생각하면 그러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무인도에 홀로 사는 생물이 아니기에 남과 비교하고 때로는 우월감을 느끼고 때로는 비참해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 아닌지.

 오늘은 오래간만에 참돔 타이라바 낚시를 다녀왔다. 갑자기 시간이 나기도 했고 이제 슬슬 서해 참돔들이 활성도가 좋아질 때기도 하고 물때도 8물이라 나쁘지 않아 간 것이다. 평소 하는 부시리 낚시에 비하면 참돔 타이라바는 그야말로 정승낚시요 한량낚시다. 가만히 서서 릴 손잡이만 돌리면 된다니, 어쩌면 계속해서 밑밥을 뿌리고 찌를 눈 빠지게 쳐다봐야 하는 찌낚시보다도 더 편할지도 모르겠다.

 낚시라는 게 다 그렇지만 타이라바 낚시의 재밌는 점은 사람마다 제각기 다른 방법을 쓴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바닥 가까운 곳에 미끼를 두고 고패질을 하고, 어떤 사람은 지렁이를 주렁주렁 달아 생미끼 낚시와 유사하게 하고, 어떤 사람은 말도 안 되게 빠른 속도로 릴링을 한다. 특히 릴링의 속도에 관해 말하자면, 정석으로 알려진 액션 방법은 초당 1회전 정도인데 때에 따라 0.5~2배속 정도의 변형을 하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 선상낚시를 가서 보면 0.3~4배 정도까지 다양한 변형이 존재함을 알게 된다.

 그런데 이런 변형이 왜 생겨났을까? 생각해 보면 당연하게도 무조건 정석적인 방법이 최선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날은 0.3배속으로 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고기를 잡고, 어떤 날은 4배속으로 하는 사람이 가장 많은 고기를 잡는다. 그러다 보니 제각기 자신이 경험해 본 바 안에서, 그리고 그날 누가 많이 잡는지를 은근히 커닝해 가면서 그날 그날의 속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내가 평소에 1배속으로 가장 많은 고기를 잡아봤기에 그 속도에 믿음을 가지고 낚시를 간다고 치자. 그런데 아침 3시간 낚시하는 동안 나는 한 마리도 못 잡고, 나보다 3배 빠른 회전을 주는 사람이 열 마리를 잡았다면 과연 그 믿음을 지탱할 수 있을까? 그래서 선상 낚시를 하다 보면 자연히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게 되고, 은근한 경쟁 심리 속에 하루를 보내다 오게 된다.

 인생살이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나만의 경험에 의거해 '이렇게 사는 것이 가장 좋아'라고 하는 부분이 사람마다 있겠지만, 엄청 행복하게 그리고 성공적으로 잘 사는 사람이 '저는 완전히 다른 이런 방법으로 성공했습니다'라고 하면 거기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고 영향을 받게 된다. 하지만 그걸 따라 한다고 꼭 나도 같은 결과를 얻으리란 보장은 없다. 어찌 보면 낚시도 인생도 항상 운이라는 통제 불가능한 변수가 결합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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