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끊임없이 순환을 합니다. 피가 돌고, 기운이 돌고, 물이 돌면서 우리는 살아갑니다. 혈액이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온몸을 고르게 적셔 주어야 몸이 건강하듯, 관계도 흐름이 있어야 합니다.
혈액순환이 막히면 압력이 높아지고, 결국은 심장과 신장이 힘들어집니다.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음이 막혀 흐르지 않으면 작은 오해가 곪아 터지고, 결국 서로에게 상처로 남게 됩니다. 몸에서 막힌 곳을 풀어 주어야 순환이 다시 시작되듯, 관계에서도 막힌 마음을 열어야 비로소 따뜻한 흐름이 이어집니다.
저는 진료실에서 순환을 회복하는 순간들을 자주 만납니다. 오랫동안 붓고 아프던 몸이 풀리며 따뜻해지는 순간, 환자들의 얼굴은 한결 밝아집니다. 그리고 그 얼굴을 보면서 저는 삶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인간관계의 붓기와 막힘이 풀릴 때, 우리 마음 역시 훨씬 가볍고 따뜻해진다는 것을요.
순환은 결국 살아 있다는 증거입니다. 혈액이 돌고, 공기가 오가고, 마음이 오가고, 말이 오가며 우리는 살아갑니다. 혹시 오늘 내 몸의 어디가 막힌 것 같다면, 또 내 마음의 관계가 어디에서 멈춰 선 것 같다면, 그것을 조금만 열어 주면 어떨까요.
몸의 순환이 회복될 때 전신이 달라지듯, 마음의 순환이 회복될 때 삶은 훨씬 더 단단해지고 따뜻해집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스스로에게 다짐합니다. 순환을 멈추지 말자. 그것이 몸에도, 관계에도, 삶 전체에도 가장 필요한 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