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집>
‘역과 사고로 인한 신경 괴사, 기능 회복 불가, 일주일 뒤 우측 상지 절단 수술 예정.’
시야를 노랗게 난도질하던 헤드라이트 불빛부터 올무처럼 팔뚝을 옥죄던 쇳덩이의 무게감까지 ‘커다란 손’에게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키보드 위를 헤매는 왼손 검지는 생각의 속도를 따라 주지 않았다. 왼손잡이용 마우스만 갖추면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단단히 착각한 모양이다.
‘아이트래커 주문 완료, 핸들 조작 보조 장치 설치 및 기어 위치 변경을 위한 차량 튜닝 승인 신청서 제출 완료,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의 안정.’
두 달 전에는 치주염이 도지는 바람에 어금니와 앞니를 다섯 개나 뽑았다. 그때도 ‘커다란 손’은 귀찮은 기색 하나 없이, 하루에 세 번 급여하는 식사를 좀 더 묽은 무스 타입으로 바꾸겠다는 대답만 출력했다. 빈말로라도 이전과 똑같은 생활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커다란 손’이 지키는 아늑한 둥지에 있는 한 걱정할 것은 없었다.
‘커다란 손’의 답변에 가슴을 쓸어내리고 나니 병원에서부터 뒤따라오던 피로감이 온몸을 덮쳤다. 침대에 눕자, 반쯤 감은 두 눈 위로 분홍색 그림자가 드리웠다. 젤리처럼 말랑하고 ‘커다란 손’은 내 체온보다 딱 2도 더 따뜻했다.
KT&G 상상마당에서 진행하는 '열 줄 소설 공모전'에 도전했습니다.
막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한 사람이 한 달 넘도록 이어지는 신경 치료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런 글이 나옵니다. 고양이는 뒷다리를 쓰지 못해도, 한쪽 눈이 안 보여도, 이빨을 몇 개씩 뽑아도 돌봐 줄 사람만 있으면 그럭저럭 지낼 수 있는데 인간은 왜 수많은 기술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일상의 존속을 걱정해야 할까요. 그 과정에서 '보호자'라느니 '반려자'라느니 하는 말은 무력하기만 합니다.
공모전에서는 떨어졌지만, 다시 읽을 때마다 젤리처럼 말랑하고 '조그만 손'이 떠올라 괜히 미소 짓게 되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