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찍찍이가 있다면, 기필코 내게 붙일래

by 세루코




괜스레 마음에 불안이 찾아와 나를 정말 무지막지 괴롭힐 때가 있어. 그럴 때면 이렇게 무력하게 휘청거리며 흔들리지 않고 바로 서 있고 싶거든. 정말, 정말로 그러고 싶거든.

마음에 찍찍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 어딘가에 착 ! 달라붙어서 절대로 흔들리지 않게 말이야.

어디에도 붙어있을 수 없음은 아주 불안전하고 불안정하고 위태로워. 멀미감에 꽤 피곤하고 노여워지는 날도 있어. 근데 그래도 말이야. 스스로 마음에 추를 깊-이 내릴 수 있다면야, 그것만큼 대단하고 좋은 일이 또 있을까 싶기도 해.

그러니까 만약에 말야, 정말로 마음에 찍찍이가 있다면 그건 그 무엇도 아닌 나에게, 오직 나에게 붙여야 하는 거겠지?

내가 그 누구보다 내 마음을 잘 알아주고 살펴주고 눈치채 주고 또 위로해주고 위해주면 말야, 내 마음이 얼마나 차오르고 행복하고 뭉클하고 사랑하고 좋아하고 그러겠냐구.


사실 울적한 채 잠들고 싶지 않았을 뿐이야.

오늘 나랑 마주한 모두가 그늘 없이 행복해 보였는데, 생각해보니 그거 너무 아찔한 거야. 면밀히 살펴보면 그늘 없는 존재가 어디 있을까. 누군가의 조각만 보고 그 사람 모양을 보았다고 생각하는 나의 확신이 아찔하고, 누군가의 조각에게 내 마음을 붙이고 싶어 하다니, 그건 얼마나 무거움을 주는 행위이며 또 얼마나 무모하겠어.


그러니까 그냥 이런 다짐을 품게 돼. 내 마음에 찍찍이를 만들어 기필코 나에게 붙이겠다고. 그 누구도 아닌 나에게. 적어도 내게 붙이면 실체를 알 수 없는 조각에 붙이는 일은 없을 것 같단 말이지.

나는 내 마음을 잘 돌볼 거야. 도망을 치는 한이 있더라도 내게 유해한 모든 것들로부터 떨어져 나올 거야.

말캉한 연두부 같은 내 마음이 혹시 영영 단단해지지 못하는 거라면, 그냥 조용히 이름 모를 연두부로 살아도 좋아. 나는 내 마음 해치지 않게 하면서 살고 싶어. 나 정말 그러고 싶어.

내게 유의미한 것들로 내게 무해한 것들로 내 일상을 차곡차곡 쌓아볼 테야. 내 마음에 아주 강력한 찍찍이를 붙여서 내가 알아봐 줄 테야. 내 마음이 싫어하는 거, 좋아하는 거. 하나하나 정말 살뜰히 챙겨줄 테야.


사랑은 그런 거니까. 사랑이 있는 삶은 거기에서 비롯되는 거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더라도 좋은 일은 매일 있다니까. 나는 오늘의 잠이 나를 찾기 전, 아주 조금은 희망차고 싶었어. 사랑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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