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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루무비 Sep 14. 2021

마네키네코와 금붕어라도 괜찮아

<어메이징 캣피시(2013)> 리뷰 (클라우디아 세인트-루스 감독)

  <어메이징 캣피시>의 장면들에서는 몇 가지 스티커가 눈에 들어온다. 마르타 가족의 노란 차에 붙어 있는 부처 그림과 아르만도의 어항에 붙은 “Los Insólitos Peces Gato(The Amazing Cat fish)”라는 빨간색 문구가 그것이다. 둘 다 누가 붙인 것인지 작품 안에서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다만, 감독의 설명에 의하면 적어도 (제목과 동일한) ‘어메이징 캣피시’라는 문구는 클라우디아가 붙인 것이라고 한다. 감독은 인터뷰에서 평생 가족들과 함께 살아가는 메기의 모습과 죽을 때까지 서로의 곁을 지키는 마르타 가족의 모습이 겹쳐 보여 이러한 문구를 제목으로까지 연결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나 작품 안에서 이 문구가 발생시키는 의미는 감독의 설명 이상인 듯하다. 


  처음 등장할 때 아르만도의 어항에는 물고기 대신 마네키네코(앞발을 흔들고 있는 고양이 모형으로 복을 불러오길 기원하는 상징물)만이 들어있다. 이처럼 제 기능을 못하던 어항은 클라우디아가 아르만도에게 물고기를 선물하고 나서야 뒤늦게 물고기를 속에 품게 된다. 그리고 동시에 어항에는 ‘어메이징 캣피시’라는 이름이 붙는다. 이렇게 어항에 들어간 고양이 모형과 작은 물고기라는 엉뚱한 조합은 클라우디아에 의해 새로운 맥락을 부여받는다. 콜라주가 발생시키는 효과가 그러하듯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엉뚱한 조합 안에서 구성원들이 새로운 의미로 묶이게 된 것이다. 



  마르타 가족의 노란 폭스바겐에 붙은 부처 그림도 마찬가지이다. 식사 전 기도를 잊지 않는 전형적인 멕시코 가족의 자동차에 붙어있는 부처 그림은 그야말로 생뚱맞다. 그러나 간절한 순간에 ‘하나님 부처님 성모 마리아님’ 찾는 게 비단 우리나라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 겉으로는 저 사람이 아픈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쾌활한 마르타와 마냥 철없어 보이는 아이들이지만 그러면서도 그들이 얼마나 간절하게 서로의 안녕을 바라고 있는지 우리는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부처 그림은 감은 듯한 눈으로 그런 그들의 마음을 묵묵히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클라우디아가 처음 마르타 가족의 집에 초대받았을 때 온 집안을 훑으며 이어지는 롱테이크 장면은 보는 사람의 숨을 턱 막히게 한다.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서툰 클라우디아 주변으로 몰아치는 생생한 가족의 삶이란 얼마나 난감한지! 관객조차 그 당혹스러운 어색함에 온전히 방치된다. 그러나 그 날것의 복작거림이야말로 클라우디아가 그처럼 바라던 생기는 아니었을까. 빛조차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작은 방에서 웅크려 지내며, 무리에서 분리된 보라색 후르트링(fruit loops)과 자신을 동일시하던 클라우디아는 마르타 가족과의 조우 이후 조금씩 삶의 기운을 되찾는 듯 보인다. 끝내 마르타의 가족과 ‘가족’이 될 수는 없었지만 클라우디아는 어디선가 마네키네코와 금붕어의 조합 같은 엉뚱한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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