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결혼을 앞두고 있는 친한 동생에게 연락이 왔다.
“언니, 잘 지내시죠~?
청첩장 드리면서 식사 대접하고 싶은데
시간 언제가 괜찮으세요~?”
기쁜 소식을 전해주는 동생이 반가웠다.
결혼 전에는 서로의 삶을 나누며 힘이 되어주었던 소중한 동생이었다.
내가 결혼하고 난 뒤에는 각자가 처한 상황이 달라지면서 마음은 있어도 자주 연락해서 만나는 것 자체가 쉽진 않았다. 그냥 가끔씩 안부를 묻는 정도가 다였다.
그래도 누구보다 진심으로 그 동생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는데, 좋은 사람을 만나 교제를 시작했단 소식을 듣고 그 이후에 결혼한다는 말을 들으니 정말 기쁘고 좋았다.
나는 그 동생이 본인이 결혼할 사람을 소개해주면서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그 마음이 너무 예쁘고 고맙게 느껴졌다.
나도 결혼을 해 봤기에, 청첩장을 줄 때 상대방에게
연락을 해서 시간 약속을 잡고 장소를 알아보고 직접 만나는 게 상대방에 대한 얼마나 깊은 마음의 표현인지도 알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그 동생이 꼭 밥을 사지 않아도
결혼식에 가서 진심으로 축하해 줄 마음이었다.
왜냐하면 내가 결혼식을 해보니 나의 행사에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이 마음을 담아 자리를 지켜주고 함께해주는 게 얼마나 큰 마음의 표현인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결혼을 하고 나서는 그 전보다 내 주변에 지인들의 행사나 초대에는 내가 받은 것 이상으로 꼭 더 마음을 표현하려고 노력해왔다.
동생에게 연락이 와서 약속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보니, 마음 한 편으론 ‘정말 꼭 밥 안 사도 되는데..’라는 생각이 들며 약간 부담이 되었다.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동생의 기쁜 소식을 함께 축하해 줄 소중한 시간을 갖는 데 마음에 불편함이 생기니 내 스스로 이게 무슨 마음일까 되물었다.
생각해보니, 예전에 나는 나보다 다른 사람들이 우선이었어서 꼭 내가 해야 할 일을 제외하고는 다른 사람들의 부탁이나 행사에 쉽게 내 시간을 당연하게 내어주곤 했다. 그땐 그게 맞다고 생각했다.
나의 그런 마음들을 정말 고마워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내가 마음을 쓰고 시간을 내는 게 어떤 때는 당연한 듯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럴 때면 나는 마음이 불편했지만, 표현을 못하고 참고 넘기며 혼자 힘들어하다 결국엔 나중에 터지고 말았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건 나에게도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결코 좋지 않다는 걸 느꼈다.
결혼을 하고 나서는 그럴 때마다, 책을 읽으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도 갖고 가장 가까이 있는 남편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처음엔 모든 게 서툴고 쉽지 않았다. 항상 같은 자리에서 맴도는 것 같았고, 나아지는 게 없는 것 같단 생각도 많이 들었었다.
하지만 좌절하며 포기하고 싶진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에서 긍정을 선택하리라.
마음이 불편하거나 걸리는 게 있을 땐, 조금씩이라도 상대방에게 부드럽게 표현하는 방법을 익혔다. 계속 조금씩이라도 하다 보니 점차 감정을 쌓아두기보단 표현하면서 마음도 생각도 많이 건강해졌고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선택하고 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이 생겼다. 그래서 삶이 더 즐거워지고 내게 주어진 시간들이 소중해졌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내 마음에서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에게 내 시간을 내어주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동생과 토요일 저녁에 약속을 잡았는데,
요즘 하고 싶은 게 많아져서 주말에 가질 수 있는 시간에 온전히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고 싶은 마음들이 커졌다. 지금 이 시기에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싶었고 한 주 한 주, 시간이 가는 게 아쉬웠다.
아마도 이런 이유들로 내가 생각이 많아졌던 것 같다.
내가 느끼는 마음들을 직면하고 솔직하게 받아들이니 속상했다.
아끼는 동생이 나를 생각해서 시간을 구별하여 미리 약속을 잡았는데 나는 정작 내 시간을 내어주는 것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계산을 한 것 같아 미안해졌다.
내 스스로를 돌보면서 내면이 단단해지는 건 너무 감사하고 좋은 일이지만, 또 한편으론 이런 여러 생각들 속에서 나만의 기준을 세워 건강하게 삶의 균형을 잡는 것도 필요하다는게 느껴졌다.
내면에 적절한 이기성을 갖는 건, 세상을 살아갈 때 나를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지만 그것이 지나쳐 이기주의로 간다면 경계해야겠다.
나의 모든 것들이 소중한 만큼 내 주변에 나와 함께하는 소중한 사람들도 귀하게 여기며 적절한 삶의 균형을 잡아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해본다.
오늘도 나는 계속 배우고 성장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