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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련 Sep 30. 2022

더 늦기 전에, 버킷리스트 하나씩 실천 중입니다.

버킷리스트 실천하기 2

요즘 나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었던 것을 하나씩 실천 중이다.


뭐라고 말해야 할까.

30대 후반이 되어서야 내게 주어진 삶을 소중하게 여기고 내 삶을 주체적으로 살게 되었다고 표현하면 적절한 걸까.


30대 초반까지도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보단 해야 할 일들을 하며 살았다.

그래서 정작 가장 중요한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내 마음은 어떤지’등을 돌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하루 24시간, 모든 사람에게 주어지는 공평한 선물. 나는 이 선물의 소중함을 최근에 알았다.

내가 이 시간들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나의 삶의 질이 달라진다는 것을.

내게 주어진 시간, 내가 조금 더 주체적으로 살고 싶고 실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깨달았다고 해서 바로 그렇게 살아지진 않았다. 생각은 했지만, 실천하는데 또 시간이 걸렸고

그런 시간들 속에 나 혼자 망망대해에 허우적 대는 것 같을 때도 많았다.

하나를 하면 실패가 두려워서 잘하고 싶은 마음에

시작이 너무 힘들었다.



“좌절하고 낙심은 해도

포기하지는 말자

그리고,

바로 시작하자”

나 스스로 다짐했다.


그렇게 반복된 시행착오 속에서 나는 이런 나의 연약한 모습을 인정하게 됐고 조금씩 노력했다. 뭔가를 시도해서 혹시나 다 못하더라도, 실수로 끝나더라도 시작하는 것에 의의를 두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이 생각도 조금씩 조금씩 삶에 적용하며 실천했다.

엄청난 변화가 한 번에 일어나진 않았어도, 매일 조금씩 나의 생각이 바뀌었고 생각이 바뀌니 태도와 마음가짐이 바뀌고 삶이 두렵기보단 경험해볼 수 있는 게 많은 호기심 가득한 세상이라는 게 느껴지면서 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아졌다.


그러던 중 발견한,


하프마라톤 대회 개최 현수막.


현수막을 보자마자, 나는 마라톤대회에 도전해보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어렸을 때부터 인내심이 약해 단거리만 능숙했던 나는 20대 후반에 마라톤 대회를 한번 나가볼까라는 생각을 잠깐 했었었다. 그런데 이런저런 여러 이유들로 실천하지 못했다.

그래서 현수막을 보는 순간,

‘도전해봐야겠다’라고 생각했고 남편과 상의한 후 함께 5km를 신청했다.


내 마음 같아선 10km 이상을 신청하고 싶었지만, 지금 내 체력이 그 정도가 안된다는 걸 남편과 대화 후 내 상태를 인정하고 참석하는 것에 의의를 뒀다.


평소에 남편과 건강관리를 하려고 종종 같이 동네를 뛰는데, 3-4km 정도 뛰어도 힘들어서 중간에 걸을 때가 많았다.


이번 마라톤에 나가는 나의 목표는

5km 뛰는 동안 중간에 한 번도 쉬거나 걷지 말고 결승선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누구와의 경쟁이 아니라 나 스스로 세운 목표를 달성하고 싶었다.





남편과 함께 참가 신청을 했는데 아쉽게도,

남편은 마라톤 대회 당일날 급하게 회사에 일이 생겨서 아침에 출근을 하게 됐다. 그래서 남편은 마라톤 대회장까지 나를 데려다주고 회사로 가야만 했다.


예전에 나였으면, 함께하기로 했던 사람이 못하게 되는 상황이 오면 나도 할 의지를 잃어버리고 안 했었다.

그러나 이번엔 혼자라도 해내고 싶었다.

할 수 있을 거 같았고 해보고 싶었다.


대회 당일날 아침,

마라톤 대회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있어서 깜짝 놀랐다. 정말 전문적으로 마라톤을 하시는 분들부터 가족단위로 많은 분들이 신청을 하고 즐기는 축제구나 라는 게 느껴졌다. 마라톤 대회 행사장에서 시민들을 위해 많은 볼거리, 즐길거리를 준비하셨고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가는 가겠구나 라는 게 느껴졌다.


가볍게 준비운동을 하고 곧바로 하프 거리부터

출발선에 서서 그다음 10km, 그다음 5km 출발 신호에 맞춰 차례로 뛰기 시작했다.


출발신호로 폭죽을 터뜨려줘서 함께하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까지 모두 환호성을 지르며 출발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는데도 질서 정연하게 움직여지는 게 신기했다.


나는 처음 해보는 경험에 너무 신이 났고, 재밌었다.

남편이 출발하는 나를 사진 찍어주고 바로 출근했다. 남편에게 밝게 인사를 하고 나는 “나 혼자서도 잘할 수 있으니 걱정 말라”라고 얘기하면서 웃으며 뛰기 시작했다. 왠지 모를 기분 좋은 설렘이 느껴졌다.


내가 해보고 싶은 걸 도전해보다니.

내가 꿈꾸던 것을 이렇게 실천해보다니.


빨리 뛰기보단,

중간에 걷지 않고 완주하고자 노력했다.

하늘이 정말 맑고 파랬다. 내 마음처럼.


2km를 구간을 지나니 호흡이 힘들어지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 지점부터는 잘 뛰시는 분들은 벌써 반환점을 돌아서 우리와 반대방향으로 뛰셨다.

그때 뭔가 조급함이 조금 밀려왔지만, 어차피 누구와의 경쟁이 아니기에 나는 내 페이스대로 뛰었다.


지금 여기서 이렇게 뛸 수 있음에 감사하며.


4km를 지나서 중간에 교통 통제했던 도로에 잠깐 차들이 지나가게 돼서 안내하시는 분들이 잠시 멈춤의 표시를 했다. 멈춤 하라고 했을 때 주변에 많은 분들이 기진맥진 멈추셨지만, 나는 멈추지 않고 계속 제자리걸음으로 뛰었다.

여기서 멈추면, 다시 뛰는데 더 힘들 거 같다는 걸 느꼈고 나 스스로 중간에 절대 멈추거나 걷지 않기로 다짐했기에 나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그리고 막판에는 정말 없는 힘까지 끌어올려 조금 더 스피드를 내고 결승선에 들어왔다.


5km가 별거 아닐 수 있지만, 너무 뿌듯했다.


결승선에 들어오니, 5km 기념 메달과 막걸리와 두부김치, 음료 과자 등 간식거리가 준비되어 있었다.

나는 ‘우와.. 이런 것도 주는구나.. 너무 좋다’라고 혼자 생각하며 기쁜 마음으로 기념품을 받고

‘혼자이기에 두부김치는 먹기 좀 애매하니 그냥 가야지’라고 생각했다가 마음을 바꿔 먹었다. ‘여기 이렇게 왔는데 혼자라도 즐겁게 즐기다 가자’ 그래서 두부김치를 받아서 들고 사람들이 모여있는 잔디밭으로 갔다. 잔디밭에는 마라톤에 참석한 가족들, 동호회분들 등 삼삼오오 모여 기념 메달을 들고 사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게 느껴졌다. 나도 기념 메달을 들고 셀카 찍고 두부김치도 정말 맛있게 다 먹었다. 그 속에 있으니 그분들의 좋은 에너지가 나에게도 느껴지는 것 같았다.


혼자였지만 외롭지 않았다. ‘다음엔 가족들과 함께 와야지’라고 생각하며 어느 누구보다 행복한 마음으로 마라톤 대회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구경도 하고 즐겼다.


그렇게 모든 마라톤 대회 참가자들이 들어오고 나서 축하 공연 및 시상식, 그리고 경품행사가 있었다.

나는 행사를 진행하는 곳, 첫 번째 줄 가운데에 일찌감치 먼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공연도 경품행사도 가장 잘 보이는 곳에서 즐기고 싶었다. 얼마나 잘 즐겼는지, 중간에 사회자가 관객들 중에서 내가 반응이 좋다며 사회자 재량으로 선물도 줬다. (나 혼자 얼마나 즐겁게 반응했으면..)


지금 생각해도 그때 내가 혼자 너무 재밌게 논거 같아서 피식 웃음이 난다.


마라톤 대회가 끝나고 부모님 집에 들렀다.

마라톤 대회 나가서 너무 재밌었다고 말하면서

엄마와 동생한테 얘기하는데,

동생이 나한테 이런 말을 했다.

“언니 그런 거는 일반적으로 20대 초중반에 다 경험해보고 재밌어하고 신기해하고 그런 건데

언니는 30대 후반이 돼서 이제 그런 거 경험해보고 신기해해? 으이구..”

친동생이니깐 웃으며 농담으로 나한테 할 수 있는 말을 했지만 뼈 때리는 말이었다.

맞는 말이었으니깐.


예전 같았으면, 그런 말을 들으면 ‘내가 잘못하고 있나’라고 생각이 들며 마음이 조급 해졌을 텐데

지금은 괜찮다.

그게 사실인걸 받아들이고 지금부터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살면 되니깐.






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다.

경험해 보고 싶은 것들이 많다.

그렇게 하나하나 겪으면서 배우고 싶다.

남들보다 조금 더디더라도

내게 주어진 삶 씩씩하게 즐겁게 누리며 살고 싶다.

그렇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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