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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박씨 Sep 07. 2023

드라마가 좋다.

운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마침 같이 산보를 하자는 동네 친구가 있어 야심차게 새벽 6시에 만나기로 했다. 

원래는 등교, 등원시킨 후를 생각했었으나, 아이가 돌아가며 아프고 뭔가 계속 사건이 생겨 아침 산보가 쉽지 않았다. 차라리 여유있게 아침 일찍 만나자! 


다행히 친구도 동의해 주어  어렵사리 만남이 성사되었다. 1시간 기분좋은 산보였다. 10년 넘게 회사생활을 했기에 아침형 인간에 가까워서 딱히 힘들지는 않았다. 다만, 전 날 드라마를 보느냐고 새벽 1시에 잠이 들어 잠이 부족하기는 했다. 


운동을 다녀오고, 아침을 차리고, 막내 병원을 가야했는데 엄마 자전거를 타고 가고 싶다는 말에, 오랜만에 자전거를 꺼내어 탔다. 바퀴에서 자꾸 소리가 났다.


" 엄마, 엄마가 계속 방귀끼는 것 같은 소리가 나!"

" 엄마가 살이 쪄서 바퀴가 힘든 것 아니야?"


하며 깔깔대는 막내. 오늘은 날씨도 참 더웠다. 허벅지에 힘을 빵빵 실어 병원에 도착하고, 진료를 보고, 약을 받아서 유치원으로 향하는데, 목이 타 더 이상 갈 수가 없었다. 편의점에서 음료를 사먹고 무사히 아이를 등원시켰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혼자 가뿐히 자전거를 타보려는데, '펑'하는 소리가 들렸다.


.......


바퀴가 터졌다. 이래서 방귀끼는 소리가 났던 거구나....

산보까지는 괜찮았는데, 이후의 일정이 소화가 안됐다.


집에와서 쵸코 아이스크림 '티코' 하나를 집어 넣고, 빨래를 개며 어제 보던 드라마를 틀었다. 힘든 하루에 대한 나의 위안이었다.


아.....빠져든다.......


빨래는 핑계였다. 드라마가 보고 싶었다..어제에 이어지는 뒷 이야기....


글도 써야하는데..글쓰기는 좋아하는 무언가에 늘 밀렸다. 


다음 날, 어제의 피곤 탓인지 아이들과 나는 7시까지 꿀잠을 잤다. 6시 산보는 그렇게 끝이났다. 이번 주는 친구의 스케쥴과 맞지 않아 다음주 화요일부터 하자는 약속이 있기도 했다. 그래도 혼자라도 계속 하려고 했는데, 글쓰기도 친구와 약속을 했는데...


출근을 했다. 동네 친구에게 톡이 왔다. 이틀이 지났지만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며, 자신의 패턴과는 맞지 않아새벽 산보는 힘들겠다고 했다. 이로써 진짜로 일장춘몽이 되었다.^^ 


글쓰기를 매일 하자던 친구에게 톡을 보냈다. 너의 글쓰기를 방해하는 것은 무엇이냐고.


"게으름이지. 기한이 없고, 목적이 없고, 성과가 없어서 더 그런듯ᆢ"


"언니는?" 


단연 드라마였다. 

오늘 아침에도 드라마를 이어 보다가 머리도 감지 못하고 부랴부랴 출근을 했다. 운전 중에도 틀어 놓았다. 아니 왜 이렇게 슬픈 것인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출근하는 나를 어찌해야 할지.


드라마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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