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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박씨 Sep 14. 2023

잠든 엄마

엄마를 씻기고 먹이고 다독이고 재우는 순간들이 감사하다.


항암은 시작도 안 했는데, 엄마가 잠을 자지 못했다. 먹은 것도 없는데 울렁거리고 나오지 않는 토를 했다. 엄마가 항암을 안 하고 나가면 안 되냐고 했다. 못 버틸 것 같다고. 한 군데만 안 좋은 게 아니라고.


폐에 물이 많이 차서 온몸이 퉁퉁 부어 있었다. 방광염도 좀 있다고 하고, 심장도 좋지 않았다. 아까 낮엔 컨디션이 좋아, 해 볼 만하다 해놓고선. 잠 못 이루는 엄마 옆에 앉아, 시린 다리를 주물러 주며 이 얘기 저 얘기 늘어놓았다. 엄마 핸드폰에 있는 사진첩을 꺼내어 보며 옛이야기도 하면서. 공기 좋은 엄마의 고향 반월에서 지내고 싶다는 이야기, 기도원에 가서 소리 지르며 기도하고 깊다는 이야기도 하면서. 5주 동안 잘 이겨내서 나가면 꼭 그러자고 했다.


이제야 엄마의 새근새근 잠든 소리가 들린다.

나는 아직, 잠이 오질 않는다.


딸이 셋이지만 한창 바쁜 사람들. 5주간의 치료과정에 함께 하기는 힘들어 간병인을 쓰려고 했던 참이다. 주말에는 딸들과 조카들이 교대로 함께 하자고 했다. 그런데 다시 찾아보니 매번 해야 하는 코로나 검사 때문에, 또 돈벌이가 안되기 때문에, 간병인들은 장기근무를 선호한다는 글들을 보았다. 그렇다면 간병인에게 죽 맡겨야 하는 것인가, 5주 동안?


항암 하는 동안 합병증으로 돌아가실 수도 있는 상황인데, 간병인에게만 맡길 수는 없었다. 이 5주를 딸들이 함께 하려면, 또 하던 모든 일을 잠시 내려놓아야 했다. 일은 내려놓을 수 있지만, 나도 누군가의 엄마이기에 병원에만 있을 수도 없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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