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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박씨 Sep 22. 2023

구글이 보내주는 추억들

다들 알고있겠지만, 구글 포토기능에는 몇 년 전 사진들을 추억하게 해주는 기능이 있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아이들과의 추억에 미소짓는 역할을 해주었는데, 엄마가 아프고, 줄곧 도와주시던 어른들이 아프시게 되니, 우리네의 부모님들이 건강하시던 때, 마음껏 돌아다니던 때, 먹고싶은 것을 먹을 수 있었던 때를 그리워하고 있다. 아, 얼마나 찰나의 순간이던가. 불과 7여년 사이에 친정 아빠는 간암으로 돌아가셨고, 아버님은 초기 치매로 어제는 길을 잃으셨다 하고, 친정 엄마는 급성 백혈병으로 항암 10일째를 맞이하고 있다. 남아있는 시어머니는 또 얼마나 빨리 늙어가실까. 아이들 빨리 크는 건 시원 섭섭하면서도 흐뭇한 일이건만, 하나 둘 함께 할 수 없어지는 어른들을 보자니 이 순간이 얼마나 잠깐이고 소중한 것인지 깨달아진다.


엄마는 병원에서 항암을 시작했다. 간병인과 함께 하는 가운데 우리 세자매는 일상으로 복귀했다. 아침에 엄마와 통화해 보니 구내염이 온 것 같았다. 입 안이 퉁퉁 부어 말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었다. 항암을 시작하면 생기는 대표적인 증후였기에 알고는 있었다. 설사도 주룩주룩 하여 뭘 먹기가 무섭단다. 지사제를 놓았으니 괜찮겠지, 하고만 있다. 그래도 엄마는 이정도면 견딜만 하다고 했다. 정말 견딜만 한건지 나로서는 알 길이 없다. 


노인이라 그런지 강한 항암과정은 아닌 것 같지만, 약물과 주사로만 하는데도 식욕이 일단 떨어지고, 몸이 붓고, 설사를 하고, 토를 하고, 구내염이 오고, 일상 생활은 이제 아득한 추억이 되어 버렸다. 올 여름 휴가에 엄마와 함께 여행을 갈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하나님이 계획하신 선물이었던 것일까. 완쾌하여 다시 바닷가를 보고, 산책로를 거니는 순간이 허락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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