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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박씨 Sep 22. 2023

기둥뿌리 뽑힌다던 병원비

살면서 크게 아픈 적이 없었다. 감기 정도에는, 심지어 발목을 접질렸을 때에도 아빠는 친분이 있던 의사 선생님의 지침에 따라 직접 깁스를 해주었을 정도로 우리 집은 병원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렇게 병원이 싫어서였는지 아빠는 간암 3기 판정을 받고도 병원에서 나가고 싶어 안달이었다. 위궤양도 심해서 수혈을 해야 했는데, 수혈을 하면 온몸이 간지러워 더 죽을 것 같다며 수혈을 거부했다. 결국 아빠는 간암 판정 3개월 만에 돌아가셨다. 보험 하나 없는 아빠였지만 다행히 간암은 국가지원이 되는 5대 암이어서 병원비의 5프로만 지불하면 되었다. 그러고도 병원 덕을 전혀 보고 싶어 하지 않은 아빠 덕에 병원비 걱정은 없이 천국으로 보내드렸더랬다. 그래서 몰랐다. 병원비만으로 한 가정의 기둥뿌리가 뽑힐 수 있다는 것을. 왜 그렇게 병원 치료로 모금을 많이 하는 것인지 잘 알지 못했다. 헌데 엄마의 항암은 첫 진단을 들을 때부터 우리 가족 모두가 가진 잔고의 계산을 두드려야 했다. 


어머님은 현재 급성 혈액암 중에서 그래도 예후가 좋다는 아형일 확률이 높습니다. 그 치료를 염두에 두고 치료일정을 설명해 드릴게요. 먼저 1차로 완전관해의 과정이 들어갑니다. 이후에는 퇴원하여 4~5차례의 항암이 격월로 진행되고, 약으로 먹는 항암은 7차까지입니다. 이 중 항암제가 두 가지가 있는데요, 하나는 급여로 공제가 되지만, 나머지 하나는 비급여라 비용이 많이 비쌉니다. 하지만 어머님이 연세가 많으시고, 이미 합병증으로 들어오셨기 때문에 조금 더 안전한 비급여 항암제를 추천드립니다.


얼마....인데요?


1차에 700~800만 원 정도 되고, 총 5350만 원 정도 든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5천만 원... 자매들끼리 상의해 보았다. 엄마가 모아둔 2천이 있었고, 엄마가 살고 있는 보증금 빼면 1천이고, 그래도 2천이 모자라네? 이건 친척한데 빌려볼까? 각자 집에서 1천씩 착출 할까? 각자 조금씩 모아둔 돈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막내는 결혼도 아직 안 했고, 대학원도 이제 다니기 시작했고, 나 역시도 집을 사거나 다른 집을 구하기 위해 갖고 있는 꼭 필요한 돈이었다. 


자식이라면 이렇게 계산기를 두드릴 세 없이, 있는 돈 없는 돈 전재산을 쏟아부었을 것이다. 송구하게도 부모님에게는 나 살 궁리도 해 놓아야 했다. 


다행히도, 정말 다행히도, 엄마에게는 보험이 있었다. 암보험과 실비. 이것만으로 숨통이 트였다. 아, 하겠습니다 비급여로!!! 엄마의 보험 덕분에, 보험을 극혐 하는 남편도 지인에게 질병 관련 보험을 들었다. 할렐루야!


처음에는 이것만으로 감사했다. 하지만 1년을 넘어선 장기간 항암을 고려했을 때, 또 다른 합병증이 생겼을 때는 더 이상 쓸 수 있는 보험금, 입원할 때마다 필요한 간병인 비용+병원비는 엄마가 가입한 조건을 금방 훌쩍 넘길 터였다.


엊그제는 엄마한테 온 중간결제비 문자를 전달받았다. 550만여 돈.. 이틀 내에 내야 한다고 해서 오늘 동생이 일단 결제하려고 했는데, 다시 문자가 왔다. 이번엔 나한테 직접 왔는데 630만 원 돈으로 훌쩍 늘어 있었다. 하루새에 80여만 원이 지출되었다. 엄마가 아플수록 병원비는 계속 오를 것이다. 


돈을 더 벌어야 할 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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