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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박씨 Sep 25. 2023

엄마가 퇴원하면 어디로?

다행히도 항암을 잘 견디고 있어 주는 엄마 덕택에, 딸들은 새로운 고민을 하고 있다. 바로 퇴원 후 엄마의 거처.


언니는 2교대 근무를 해야 하는 직종이고, 오늘내일하는 늙은 강아지가 네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동생은 아직 미혼이며, 아빠가 돌아가시던 때를 직관한, 엄마 아빠의 현 동거인이다. 아빠 때에는 엄마가 있었지만, 엄마를 미혼인 막내가 혼자 케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나는? 아이가 셋인 다둥맘으로 직장을 다니는 워킹맘이기도 하다.


셋 중 누가 엄마를 돌볼 수 있을 것인가?

다들 여의치 않았지만, 그나마 내가 개인 수업을 정리하면 여유 있다고 생각되어, 우리 집에서 모시겠으니 자매들은 주말에 도와달라,라고 말할 참이었다.


그런데 암환자 친척들의 권유는 요양병원이었나 보다. 친척들의 조언을 들은 언니는 감염에 취약한 암환자는 요양병원이 낫다고 하더라며, 각자 돈을 보태어 그쪽으로 모시자고 제안했다.


세 자매가 자유롭게 생활하고, 엄마도 편하려면 오히려 그 방법이 최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 일단 알아보자고 합의를 한 후에 자매들은 헤어졌다.


그리고 바쁜 주말이 지나는 끝자락에, 정말 요양병원이 답일까? 잠들지 못하고 생각했다. 병원에 들어가면 주에 한번 정도 면회나 하면서, 목소리로만 안부를 묻고, 그렇게 지내다가 엄마를 보내드려야 하는 때가 오면...?


마음이 닿질 않아 '혈액암 요양병원'으로 검색해 보았다. 일반암인 고형암과는 달리 혈액암은 면역에 취약하여 오히려 요양병원이 힘들다는 이야기, 각종 비타민 주사 등을 놓아야 돈을 벌 수 있는 요양병원에서 혈액암은 최대 영양제 정도만 맞을 수 있고, 그런 환우는 받아주지 않는다는 이야기 등이 있었다.


아, 역시 안 되겠다. 한 달 후 2차 항암을 위해 재입원해야 할 테니, 일단 한 달만이라도 모셔야겠다. 엄마를 모시게 되면 식기는 전부 소독하고, 방도 화장실도 따로 써야 하고, 모든 음식은 삶아서 드셔야 한다.


아, 신생아구나.


우리 집으로 넷째 신생아, 엄마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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