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도서관에서 독서프로그램 강사로 일하고 있다. 사실상 도서관 사서이지만, 여러 행정적 상황으로 강사로 불리고 있다. 아이들이 책에 관심 가질 수 있도록 매 달 때에 맞는 이벤트를 열고, 도서부 동아리 수업을 하고, 장서점검을 하는 일 등이 나의 주된 일이다.
도서관에 있다 보면 매번 오는 친구들이 오고, 읽는 친구들만 읽는다. 읽는 친구들이야 책을 좋아하는 취미가 있겠지만, 도서관을 방앗간 삼아 오는 참새들은 마음이 아픈 친구들이 많다. 반에서 어울리기 힘들어 도서관으로 도피하는지 모른다. 도서관 선생님들에게 유독 말을 많이 걸고 친해지려고 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그 아이들 말을 받아주다 보면 뒤에서 교과 선생님이 귀띔을 해주신다.
저 아이는 거짓말을 잘하는 걸로 너무 유명해요.
저 아이는 가정상황이 정말 어려워서 학교도 잘 안 오는 아이예요. 그런데 도서관이 너무 좋대요. 언젠가는 도서관에 신나게 떠들고 있는 걸 봤는데, 교실에 들어오니 아파서 조퇴를 하겠다는 거예요. 여태까지 이야기하는 걸 봤는데 갑자기 아프냐고 물어보니, 도서관이 너무 좋아서 아픈 것도 참고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저 아이는 시켜봤는데 뭐든지 대충이에요. 본인도 책을 제대로 못 꽂으면서 후배들한테 뭐라고 하는 거 보면 당황스러워요. 기초학력 대상자인데 제발 자기를 내버려 둬 달라고 하니 걱정이네요..
그런 아이들을 보면 학창 시절의 내가 떠올라 더 마음이 쓰였다. 마음의 묶임을 풀어놓을 수 없던 때, 잘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잘할 수 있을까 나에 대한 믿음이 없었을 때, 그럴 때 믿어주는 한 사람, 응원해 주는 한 사람만으로 다시 잘해볼 수 있는 힘이 생겼다. 그리고 실제로 잘 해내었다.
상담실은 대놓고 상담이라 부담스러울 것이고, 학과 과정은 어렵기만 하고, 그저 편하게 혼자면 혼자인대로, 함께면 함께인 대로 어색하지 않은 도서관이 아이들도 편한 장소일 거다. 도서관 선생님들도 매번 바뀌다 보니 아이들에 대한 선입견도 비교적 없을 테고. 초등학교 도서관도 돌봄의 역할까지 도맡아 하느라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 보니, 사정은 비슷한 것 같다. 도서관은 영혼의 휴식처같은 곳이랄까.
도서관에서는 누구나 자유롭고 편안했으면 좋겠다. 선생님도, 학생들도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