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독 이모

미완의 반복

by 세삼

서독 이모(2019)


기억에 가득 찰 만한 강렬한 문장은 없다.
그렇지만 일상을 훑어가는 작가의 글이, 읽는데 걸림돌이 전혀 없다. 긴장도, 추리도 없지만 계속해서 읽고 싶은 매력이 가득하다. 그만큼 유려하게 극을 이끌어 가는 힘이 있다.

주인공 '우정'은 소설가다. '우정'의 삶은 쓰기와 연관되어 있고, 그 쓰기는 서독 이모의 삶에도 연관되어 있다. '우정'은 어릴 적 보았던 이모의 삶에 관심을 보이고, 그것을 적어가길 원하나 뜻대로 되지 않는 것에 아쉬워한다. 허나 '우정'은 이모에게 묻지 않는다. 어떤 사정이 있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말이다. 단지 제3자에게서 들은 말로 추측하며 쓸 뿐이다. '우정'은 대학 졸업을 위해 논문도 쓰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 역시도 뜻대로 되지 않고, 불쾌할 정도로 불편한 경험을 하게 된다.
시간이 흘러, '우정'은 더 이상 이모의 삶을 쓰지 않는다. 몇 십 년 전 떠났던 이모부가 다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지만, 그저 평범히 넘어갈 뿐이다. 그리고 오랜만에 돌아간 학교에서 그 때의 불편함의 기억이 정면으로 다가온다.

<서독 이모>는 쓰기의 삶을 사는 '우정'이, 이모의 미완성된 삶을 소설로 쓰려 하지만, 쓰는 행위도, 학교에서의 목표도 미완이 돼버린 모습을 보인다. 시공간은 다르지만, 미완의 명맥은 비슷하다. 다만 어떤 감정을 가졌는지 모를 이모와 다르게, '우정'은 책 전체에서 감정이 드러난다. 마치 작가가 '우정'인 듯, 나의 감정은 있지만 이모의 삶과 감정은 끝까지 알 수 없다. 독자는 그 부분에 있어 아쉬움이 있을 수 있지만, 오히려 이렇게 끝난 게 다행인 듯하다. 환상을 품은 누군가의 삶의 실제를 마주하게 되는 두려움은 '우정'이나, 독자나 마찬가지로 드는 감정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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