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감정을 느껴 좋았던.
이 책은 작가 6명이 '할머니'라는 주제로 글을 모은 단편집이다.
윤성희, 백수린, 강화길, 손보미, 최은미, 손원평.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한국 소설 작가들이 참여했으며, 담긴 내용 역시 다채로움이 많이 묻어났다.
B는 "다 유명한 작가뿐이네"라고 했지만, 나는 백수린 작가 외엔 다 초면이라 "그렇군"이라며 심드렁하게 반응했다. 그것은 아마도 한국 소설을 많이 읽지 않은 나의 무지함이 빛나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윤성희 <어제 꾼 꿈>
담담하고 조용한 문체로 일상의 한 부분을 담아낸다. 가족의 아픔과 치유를 담아내는 방식이 뜬금없다 생각할 수 있지만, 어린 나에게도 있었던 한 조각을 발견한 기분이다.
백수린 <흑설탕 캔디>
손자들의 기억에서 나온 할머니의 모습, 그리고 그녀의 사랑. 할머니는 할머니일 뿐이라는 생각에 갇힌 우리에게, 독립적이었던 그녀의 옛 모습과 현재의 청춘을, 백수린 작가가 가지고 있는 색채로 담으니 아름다웠다. 특히 각설탕을 사이에 두고 행복해 한 할머니와 브뤼니에씨의 모습이 눈에 선해, 읽는 내내 나까지 행복했다.
강화길 <선베드>
인물의 심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촘촘히 담아낸 작품. 날카로운 감정에 읽는 나도, 날카롭게 만들었다.
손보미 <위대한 유산>
분절된 기억 속에, 스스로 변형 시킨 어릴 적 기억.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작품.
"얘, 난 너를 좋아한 적이 없어, 지금도 너를 증오하고 앞으로도 너를 증오할 거란다. 나는 앞으로 누군가를 절대로 사랑하지 않을 거란다"
최은미 <11월행>
3대(할머니-어머니-딸)가 1박 2일 템플스테이를 가며 생긴 일을 적은 작품. 일상의 대화와 틈틈이 느껴지는 감정을, 디테일하게 적어 인상 깊었다. 어쩜 이리도 섬세하게 적었는지, 마치 옆에서 3대의 이야길 훔쳐 듣는 기분. 그리고 괜히 미소 짓게 되는 이야기.
손원평 <아리아드네 정원>
가장 독특했던 작품. 근미래의 모습을 담아낸 듯, SF의 요소가 가미되었다. 처음 읽어나갈 땐 이전 세대의 입장(할머니)에서 현 세대의 아이들이 무례하고 이해되지 않았는데, 읽다 보니 현 세대를 위해 이전 세대의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지점이 있었다. 이전 세대는 현 세대를 다 이해하지 못한다. 그것이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대체되고, 어떻게든 본인의 삶을 위해 노력한다고 하는 부분이, 현 세대에는 자리 지키기 밖에 되지 않는 보수적인 모습으로 보인다. 세대 간의 입장과 시선 차이와, 다음 세대를 위한 이전 세대의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