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19. 수요일.
나는 꿈을 자주 꾼다. 1년에 꿈을 안꾸는 날이 없을 정도로 자주 꾼다.
일하다 쪽잠을 잘 때도 나는 꿈을 꾼다. 대체로 쪽잠에서 나오는 꿈은 불쾌한 것 투성이다.
오늘도 이런 무수한 꿈 중에서 기억나는 몇 가지 꿈에 대한 이야길 해볼까 한다.
꿈 1.
엘리베이터를 탄다. 버튼을 누르고 문이 닫힌다. 엘리베이터가 서서히 상승한다.
2.. 3.. 7... 10... 11....?
엘리베이터가 가려는 층을 지나친다. 그런데도 엘리베이터는 계속 상승한다. 점점 빨라진다.
무섭다. 나는 자리에 주저앉아 눈을 감고 봉을 꽉 잡는다.
올라가던 엘리베이터가 어느 순간 멈춰 하강한다. 아주 빠른 속도로.
1층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는 무중력을 온몸으로 느끼며 잠을 깬다.
꿈 2.
학교를 마치고 집에 다다랐을 즘, 웬 할머니가 우리 집 문 앞에 서있는 걸 발견한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눈앞엔 하얀 소복을 입고 지팡이를 짚은 할머니가 서 있다. 어디서 본 듯한데, 누군지 생각 나진 않는다. 할머니의 시선이 하늘을 바라보다, 나를 쳐다보며 말한다.
-우리 태수 왔나.
나는 '태수는 우리 아빤데요?'라고 말하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말이 나오지 않아 답답해하며 잠에서 깬다.
그리고 며칠 뒤, 한동안 연락을 끊고 살던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꿈 3.
동네에 연쇄 살인이 일어난다. 나와 내 친구들은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범인을 잡기 위해 나서고.
행적을 따라가던 우리는 실마리를 찾아 범인과 맞닥뜨리지만, 범인의 잔인함에 오히려 위기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힘을 합쳐 무사히 빠져나오고, 다시 범인을 쫓지만 이번엔 도무지 단서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죽은 사람을 불러낼 수 있는 친구의 능력을 이용해, 피해자의 영혼을 불러 살인범에 대한 단서를 얻는다. 결국 잡는데 성공하여 범인을 경찰에 넘긴다. 도와준 피해자의 영혼에 감사를 표하며 하늘로 보내고, 다 같이 모여 축배를 드려는 순간.
-네가 말해.
-아니, 네가 말해.
친구들의 분위기가 이상하다. 그리고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지더니, 범인과 마주한 그 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실 그날의 난, 범인에 의해 살해된다. 친구들은 범인과 마주한 날 불러내 사건의 단서를 찾으려 하고, 나는 범인을 잡는데 큰 기여를 한다. 그리고 친구들은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에 펑펑 울기 시작하고, 모든 사실을 깨달은 나도 펑펑 울며 하늘로 올라간다.
이렇게 매일 꿈을 꾸는 나에게 한 가지 습관이 생겼다.
그건 바로, 꿈 검색하기.
특히 찜찜하고 신기한 꿈은 일어나자마자 검색하는데, 그게 나쁜 꿈이면 사흘을 조심한다. 그리고 좋은 꿈이면, 의욕적으로 복권을 사기도 한다. 또, 나는 가끔 이렇게 꿈을 꿀 꺼면 부와 명예가 오는 꿈을 꿀 순 없는가 하며 한탄하기도 한다. 하지만 역시 그런 꿈은 쉽게 오지 않는다.
꿈마저 나를 쉽게 도와주지 않음에 아쉬워하며, 오늘도 침대에 몸을 뉘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