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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슈 Jan 28. 2022

앞으로 나에게 남은 알은 몇 개일까.

책 속의 한 줄-데미안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싸운다. 알은 새의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리지 않으면 안 된다.  –데미안-


데미안 책 속의 문장으로 사유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사실 데미안을 고등학교 때 읽었던 것 같은데,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아마도 수능에 나올 수 있으니 읽으라고 한 학원 선생님의 추천이라서 억지로 읽었던 것 같다. 수능에 나올 법한 문단에서 밑줄을 긋고 그 의미의 정답과 오답을 찾는 수박 겉핥기 식으로 데미안을 접했던 부끄러운 나의 과거가 있다.


 나는 이 문장 속에서 개개인 삶에 대한 책임과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어 하는 한 인간의 욕망을 떠올린다.


 인간은 내가 속한 지금의 삶 속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려고 할 때, 그게 두렵고 외롭고 힘들기 때문에 포기하기보다는, 이것을 넘어서야, 깨뜨려야지만 지금과는 또 다른 삶이 펼쳐질 것일 것이라는 불완전한 확신, 희망을 걸고 도전해 나간다. 그리고 깨뜨리고 극복한 결과는 그에게 다양한 경험과 추억을 축적시켜줄 것이고, 향후의 삶을 적어도 조금은 풍요롭게 해주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보았다.


헤르만 헤세가 데미안을 썼을 당시 의도한 바가 있었을 테지만 그가 어떤 의도로 썼던지 간에 수많은 독자들이 이 문장 속에서 느끼는 감정들은 그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굉장히 다양해질 수 있을 것이다.


사람에게는 각자의 ‘알’이 있다. 나의 알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에 만족해 그대로 유지하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며, 나의 알 속도 좋지만 이 알 밖의 또 다른 세상을 궁금해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알 속에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알을 깨고 나와서 펼쳐지는 변화무쌍한 다양한 삶을 경험해 본다면, 분명 답답한 알 속 삶보다는 보다 너른 세상, 짜릿한 경험들이 가득한 알 밖 세상을 갈망하게 될 텐데 말이다. 물론 반대로 무서워서 알을 닫고 싶어질 수도 있겠지만 깨고 나온 이상 꽁꽁 닫을 수는 없다.

알 밖의 삶이 알 속에 있을 때 보다 복잡하고 힘들 수 있겠지만, 인간은 지금보다 더 나아지고 싶은 욕망이 있는 동물이라고 늘 생각하기에 그래서 여러 가지 상황들과 이유를 대며 그들은 결국 알을 깨고 나오려고 발버둥 친다.


나 역시 늘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될 때마다 조바심과 설렘, 걱정과 기쁨이 모두 존재해 왔었다.


새로운 도전을 좋아하고, 적극적으로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편인 성격인데 점점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주춤주춤, 조심하며 온갖 핑계 아닌 핑계를 대며 미적거리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내 앞을 가로막던 알들을 하나씩 깨뜨려 가면서 성장해왔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 앞으로 또 몇 겹의 알들을 깨뜨리게 될 까. 앞으로 나에게 남은 알은 몇 개일까.

현실을 열심히 살며 다음 알을 깨뜨릴 준비를 하다 보면 나는 또 변해 있을 것이고 그런 경험들이 쌓여서 지금보다 더한층 성장해 있지 않을까.


그래, 고전에서 찾아 느낄 수 있는 이런 심오한 문장의 의미를 고민하고 삶과 결부해 사유하는 이런 시간. 생경하지만 의미가 있다.


적어도 이런 시간만큼은 이런저런 이유들로 흐물거리는 나를 좀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자양분이 되어 주는 것만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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