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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슈 Jan 31. 2022

인생을 바꾼 당신과의 만남

소중한 만남을 기록합니다.



철썩철썩 파도가 넘실대던 오륙도 바다.

구정 연휴라 부산에 내려와 시부모님과 함께 여유로이 오륙도 스카이워크 산책길에 올랐다.

오륙도를 가까이에서 둘러보는 작은 배 타는 투어가 있던데, 성인 15000원, 아이 5000원, 20분 타고 나오는 이 배를 타고 싶다고 중얼거리는 아들을 말리면서, 시어머님께 들은 이야기.


"찬이 아비가 6살, 승준이가 3살즘 였나, 관광한다고 여기 오륙도 관광 배를 탄 적이 있어. 바다 한가운데서 갑자기 배가 고장이나 멈춘 기라. 애들은 울고 멀미하고 토하고 우리도 무섭고 죽는 거 아니냐며 했던 기억이 난데이.배도 작았는데. 그 이후로 배가 트라우마가 되데, 특히 오륙도 배는."


"그때 뭔 일 났으면 저는 찬이 아빠도 못 만났겠고, 찬아, 너도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고, 우리는 못 만났었겠네 그렇지?"


아들이 그러네! 하고 쌩~하고 달려간다. 이게 무슨 의미인 줄도 모르고.


그러게, 하마터면 오륙도의 우연한 사고 때문에 그를 못 만났을 수도 있었겠고, 나는 다른 누군가를 만나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겠네. 지금의 내 사랑하는 아들도 없었겠지.


인생의 동반자인 당신과의 만남. 이 중요한 만남은 사실, 동생이 성사시킨 별생각 없이 나갔던 소개팅 덕이었다.


20대 중반 한창때, 주말마다 소개팅을 참 다부지게 했었다. 사람을 두루 만나 관계를 맺는 건 좋았지만 연애할 사람은 따지는 게 많아 나름의 조건에 맞지 않는다 생각하면 거절하기 일쑤였다.


그러던 와중,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그는 젠틀했고 선한 인상과 착한 미소, 굵은 저음의 목소리에, 완벽하진 않았지만 서울말? 과 부산 사투리가 미세히 섞인 어투를 지닌,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그런 사람이었다.


하지만 늘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남자들의 환대도 의심하고 재며 연애까지 가기 전까지 충분한 만남 후에나 판단이 서야 진지한 만남을 위한 마음을 열 수 있었던 나에게는 미적지근한 남자들도 너무 적극적인 남자들도 오랜만남을 지속하기 위한 내 마음을 선뜻 열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다가와주어 나의 닫힌 마음에 문을 열어준 사람이었다.


우리는 만난 지 5개월 만인 10월 초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해운대 바다가 보이는 한정식집에서 상견례를 했고, 12월에 서울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나처럼 마음열기 참 쉽지 않은 사람에게 이 남자와의 만남이 아니었음 나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다 지금은 세월이 흘러 나이도 먹고 주름살도 늘고 후덕해진 몸이지만, 지금의 남편, 내 인생의 동반자 그와의 만남이 어찌 보면 나의 인생에 있어 가장 소중한 만남, 인생을 바꾼 만남이 아닐까 싶다.


그때 오륙도에서 살아나 줘서 고마워. 덕분에 우리도 만났고, 아들도 만날 수 있게 해 줘서.


어찌 보면 내 인생을 바꾼 가장 소중한  만남은 그와의 만남이 아닐까 싶다.


늘 좋을 수만은 없겠지만 함께 해주고 든든한 가족이 되어주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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