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바꾼 당신과의 만남
소중한 만남을 기록합니다.
철썩철썩 파도가 넘실대던 오륙도 바다.
구정 연휴라 부산에 내려와 시부모님과 함께 여유로이 오륙도 스카이워크 산책길에 올랐다.
오륙도를 가까이에서 둘러보는 작은 배 타는 투어가 있던데, 성인 15000원, 아이 5000원, 20분 타고 나오는 이 배를 타고 싶다고 중얼거리는 아들을 말리면서, 시어머님께 들은 이야기.
"찬이 아비가 6살, 승준이가 3살즘 였나, 관광한다고 여기 오륙도 관광 배를 탄 적이 있어. 바다 한가운데서 갑자기 배가 고장이나 멈춘 기라. 애들은 울고 멀미하고 토하고 우리도 무섭고 죽는 거 아니냐며 했던 기억이 난데이.배도 작았는데. 그 이후로 배가 트라우마가 되데, 특히 오륙도 배는."
"그때 뭔 일 났으면 저는 찬이 아빠도 못 만났겠고, 찬아, 너도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고, 우리는 못 만났었겠네 그렇지?"
아들이 그러네! 하고 쌩~하고 달려간다. 이게 무슨 의미인 줄도 모르고.
그러게, 하마터면 오륙도의 우연한 사고 때문에 그를 못 만났을 수도 있었겠고, 나는 다른 누군가를 만나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겠네. 지금의 내 사랑하는 아들도 없었겠지.
인생의 동반자인 당신과의 만남. 이 중요한 만남은 사실, 동생이 성사시킨 별생각 없이 나갔던 소개팅 덕이었다.
20대 중반 한창때, 주말마다 소개팅을 참 다부지게 했었다. 사람을 두루 만나 관계를 맺는 건 좋았지만 연애할 사람은 따지는 게 많아 나름의 조건에 맞지 않는다 생각하면 거절하기 일쑤였다.
그러던 와중,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그는 젠틀했고 선한 인상과 착한 미소, 굵은 저음의 목소리에, 완벽하진 않았지만 서울말? 과 부산 사투리가 미세히 섞인 어투를 지닌,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그런 사람이었다.
하지만 늘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남자들의 환대도 의심하고 재며 연애까지 가기 전까지 충분한 만남 후에나 판단이 서야 진지한 만남을 위한 마음을 열 수 있었던 나에게는 미적지근한 남자들도 너무 적극적인 남자들도 오랜만남을 지속하기 위한 내 마음을 선뜻 열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그는 달랐다.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다가와주어 나의 닫힌 마음에 문을 열어준 사람이었다.
우리는 만난 지 5개월 만인 10월 초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해운대 바다가 보이는 한정식집에서 상견례를 했고, 12월에 서울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나처럼 마음열기 참 쉽지 않은 사람에게 이 남자와의 만남이 아니었음 나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둘 다 지금은 세월이 흘러 나이도 먹고 주름살도 늘고 후덕해진 몸이지만, 지금의 남편, 내 인생의 동반자 그와의 만남이 어찌 보면 나의 인생에 있어 가장 소중한 만남, 인생을 바꾼 만남이 아닐까 싶다.
그때 오륙도에서 살아나 줘서 고마워. 덕분에 우리도 만났고, 아들도 만날 수 있게 해 줘서.
어찌 보면 내 인생을 바꾼 가장 소중한 만남은 그와의 만남이 아닐까 싶다.
늘 좋을 수만은 없겠지만 함께 해주고 든든한 가족이 되어주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