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짓는슈 Feb 03. 2022

친구야 보고 싶다.

버티고 있는 그녀들에게.

친구야 보고 싶다.


가까이 살아도 자주 보기 힘들고, 너무 멀리 살아서 보기 힘들고, 뭐가 그리 바쁘다고 이렇게 한 번 보기가 힘들까 우리네 삶이란.


그때는 우리에게 이런 40대의 삶이 펼쳐질 줄은 아무도 몰랐었지.


10대에는 공부 열심히 해서 대학 가면 모든 게 해결되는 줄 알았고, 대학 입학과 동시에 즐거움도 잠시, 취업을 고민하는 현실에 맞닥뜨리고, 취업을 하고 나니 거친 사회생활 속에서 견뎌내야 할 것들이 참 많았었지.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또 적정한 나이에 적정한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해야 한대.. 이리저리 재고 만나서 결혼을 했는데 또 아이를 낳아야 한다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또 다른 세상을 만나게 되고, 내가 그동안 공부하고 일해왔던 것들은 어디로 갔는지. 우리가 그렇게 고민해서 이뤘던 것들은 다 어디로 간 건지.


하지만 지금까지 해내 왔고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이 모든 것들을 함께 서로 위로하고 응원하며 이겨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 일과 아이, 가정을 이끌고 살아가는 우리네 40대 친구들아. 정말 모두 고생이 많다.


얼마 전 10대, 20대 때 친구들과 나눴던 쪽지와 편지, 교환일기를 넣어둔 상자를 발견했어. 아마 대학생이 되면서부터는 휴대폰이 생기고,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편지나 쪽지를 주고받던 행위들이 거의 사라지게 된 것 같아. 해외에 있는 친구들과는 이메일로 메신저로 안부를 물었었고, 가끔 크리스마스 카드나 생일카드를 받는 날엔 왠지 나를 특별히 생각해주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무한한 감동을 느꼈던 것 같고.


친구들과 나눴던 교환일기 속 10대의 우리는 공부하느라, 좋아하는 연예인 덕질하느라 바쁘면서도 미래에 대한 고민이 참 많다 싶더라.  어찌 보면 우리 모두 경쟁자인 것을, 서로 의지하고 북돋아주며 모의고사 점수의 오르내림의 아슬아슬한 감정들을 서로 나누면서도 그 속에서 행복을 찾고, 10대 만의 순수한 고민들을 하며 지냈었더라고. 그때엔 행복은 성적순인 것만 같았고, 그 이상을 보기 위해서는 인생을 더 살아보고 경험해도 터득할까 말까 한다는 것을, 그땐 잘 알지 못했었지.


공부를 해서 대학을 가도,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해도, 사람들을 만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도 늘 함께 해준 친구들이 있었기에 순간순간의 행복과 고통들을 이겨냈던  것 같아.


난 지금도 친구들이 늘 그리워.


오랜 친구와 긴 공백 끝에 만나도 나는 반갑게 너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어.

어색해할 필요는 없어 친구야. 우리는 비록 나이를 먹었고 그때와는 다르게 환경의 변화가 너무도 많지만, 적어도 나는 너를 반갑게 맞이하는 그 마음만은 변하지 않을게.


지금 우리 나이가 그런 것 같아. 다들 아등바등 아이들 키우고 먹고살기 바쁘다 그렇지?


그래도 친구야, 아무리 그래도 건강도 챙기면서 여유를 갖고 살았으면 해.


살면서 중요한 것들을 잃지 않고 살아갔으면 해.

그리고 우리 건강하자. 건강해서 우리 그때 꿈꿨던 것처럼 함께 좋은 곳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고 잔잔하게 그렇게 중년을 맞이하고 호호 하하 행복한 노년을 보내었으면 좋겠어.


친구들아, 우리 조금만 더 버텨보자. 보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귀경길 먹거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