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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슈 Feb 04. 2022

결혼생활이란? 맞춰가는 것.

배려와 이해가 필요해요.


나에게 결혼 생활이란 무엇보다 ‘나와 안 맞는 사람과 사는 일’이다. 생활 패턴, 식성, 취향, 습관과 버릇, 더위와 추위에 대한 민감한 정도, 여행 방식, 하물며 성적 기호에 이르기까지 ‘어쩌면 이렇게 나와 다를 수 있지?를 발견하는 나날이었다. 나중에 이 질문은 점차 ‘이토록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 어째서 이렇게 오래 같이 살 수가 있지?로 변해갔지만.


-[평범한 결혼 생활, 임경선]


결혼생활이란? 맞춰가는 것.


평범하게 사는 것이 은근히 쉽지 않다. 그런데 나에게 있어 ‘평범’이란 단어가 누군가에게는 평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세상 밖에 나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기 전까지는 잘 알지 못했다.


전혀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온 두 남녀가 만나 살림을 꾸려가는 결혼 생활이란 것은 더더욱 그렇다. 주변의 평범한 부부들처럼 그렇게만 살면 되지 않아?라고 말하며 서로에게 기대거나 기대하거나 하다가 실망만 쌓이게 될 수도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결론은 그저 우리 방식대로 우리 부부 스타일대로 잘 조율해서 맞춰가며 살아가는 것이 정답이었다.


결혼하기 전에는 다양한 만남을 가지면서 내 결혼생활을 함께 꾸려나갈 만한 적당한 사람을 찾는다. 이 사람이면 괜찮겠어라고 생각하는 순간 불타는 사랑의 결실인 건지, 적당한 타이밍이 되어서인지, 결혼을 선택한다. 처음엔 마냥 행복하고 뭐든지 둘이 헤쳐나갈 수 있을 것만 같아도 시간이 흐를수록 다양한 삶의 문제들이 개입될수록 결혼 전, 신혼 초의 마음가짐은 점점 흐트러지기 마련이다.


결혼 생활이 길어질수록 느끼는 감정들.

처음과 지금은 왜 다를까.

사실 당연한 것이다.


부부는 서로 다른 남이다. 같은 환경에서 살아온 형제자매조차도 후천적인 많은 영향들에 의해 어긋날 수 도 있는 것을, 하물며 생판 남인 부부 사이가 백년해로 아주 잘 맞기를 바라는 것은 어찌 보면 모순일 수도 있다.


나는 원체 결혼에 대한 환상이 없었고 굉장히 현실적인 사람이었던지라, 적절한 시기에 적당한 사람을 만나 이 정도면 괜찮다 싶어 결혼을 선택했다. 더 만나봤자 별 놈 없다는 생각이었고, 만나보니 정말 그랬다. 겉으론 완벽해 보이는 조건들이어도 진솔한 대화를 해보면 가볍고 나약한 사람들이 눈에 보였다. 나와 맞지 않다고 결론지으면 과감히 거절했었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 역시 내가 지는 문제였다.


결혼할 때 중요한 것이 뭐냐고,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있었냐고 묻는다면 단연코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해주며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냐는 것이었다.


나도 남편과 15년을 살아오면서 늘 좋았던 것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그다지 싸움이나 분란을 싫어하는 성격인지라, 늘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려 노력했고 논리적이고 타당한 근거들을 대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그가 일로 힘들어했던 때에도 나는 묵묵히 기다려 주기보다는, 방법을 제시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편의 아내였다. 여러 가지 방법들을 제안하고 선택은 당신이 하라고 하는 독한 아내. 어떤 아내들처럼 회사가 힘들어? 그럼 때려치워. 이런 말은 할 수 없었다. 미안하지만 나는 그가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어 했을 때, 차선책으로 선택할 수 있는 방안들 몇 가지를 밤새 조사해 프린트물을 만들어 제시했던 사람이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그를 북돋으며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결혼 초에는 세지 않았던 그의 부산 사투리가 함께 살면 살수록 억세짐을 느꼈다. 그랬다. 초반에는 그가 서울 토박이인 나를 위해 배려한 것이었다면 점점 편해지게 되면서 사투리가 저절로 튀어나왔겠지 싶다.

그의 굵고 묵직한 목소리에 부산 사투리가 섞여 나오면 나는 괜스레 눈치를 보며 소위 말해 쫄아서, 나한테 화내는 거야? 목소리가 격앙된 것 같다고 말했었다. 이제는 익숙해졌지만.


반대로, 그라고 나에게 맞지 않은 면이 없었겠는가.

한 바닥 글을 쓰고도 남을지도 모르겠다.


그래 그런 거였다. 서로 다른 남녀가 맞춰 살아가는 것이 바로 결혼생활이다.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서로를 배려하고 맞춰가는 삶이 바로 평범한 결혼 생활이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니까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며 맞춰가며 사는 거지 뭐.

그런 거 아니겠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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