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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슈 Feb 09. 2022

취향의 변화

신발의 변천사


이 글은 나의 ‘신발’에 관한 이야기이다.


내 발은 250 사이즈. 게다가 발 볼이 넓은 편.

내 발은 지금 커가는 아이들 세대에 비하면 여자치고 그리 큰 발이 아닐 수 있지만, 내가 10대, 20대 때만 해도 이 사이즈의 신발은 쉽게 구하기가 어려웠고, 신발 살 때마다 늘 번거로웠다.


대학시절에는 내내 볼이 넓어 편했고 유행했던 닥터마틴과 버켄스탁만 주구장창 신었는데 가끔 싫증이 날 때에는 보세 신발들이 예쁘고 가격도 저렴해서 쉽게 찾았다.


명동이나 고속터미널, 강남역 지하상가에 가면 싸고 예쁜 보세 신발이 넘쳐났다. 나의 발은 보세 사이즈의 끝자락이었지만, 볼 때문에 신을 수 있는 신발이 제한적이었다. 너무 마음에 드는 신발을 욱여넣고 꾸역꾸역 구입해오면 결국 뒤꿈치가 까지거나 발이 아파 얼마 못 신고 버려야 했다.


 나와 같이 발이 큰 언니와 함께 예쁜 신발을 찾아 이태원을 누볐고, 해외여행이나 출장을 갈 때마다 신발을 사왔다. 유럽은 신발 사이즈는 컸고 가죽은 좋았으나 디자인이 투박했고, 동남아시아나 특히 일본은 국내에 들어오지 않는 색상이나,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디자인의 신발들이 많았다. 당시의 나는 남들과 똑같지 않은 독특한 디자인과 포인트 되는 컬러감의 신발을 선호했었는데 의외로 일본에서 신발을 구매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어느 날은, 사고 싶었던 부츠를 후쿠오카의 한 어그 매장에서 만났다. 색상도 우리나라에는 들어오지 않는 독특한 컬러였고, 가격도 할인가였으며, 내 사이즈가 마침 남아 있었다. 발이 작은 여인들이 많은 일본땅에서 나는 의외로 신발 쇼핑을 할 수 있었는데, 내 발 사이즈 신발은 아무도 안 사가는지, 늘 남아 할인이 자꾸 붙었기 때문이다. 일본에는 발이 큰 여인들이 별로 없었을까? 내가 운이 좋았던 것 일까.


돈을 좀 벌기 시작한 20대 중반부터는 코엑스몰에서 맞춤 구두 하는 곳을 찾아내 예쁜 샌들이나 구두를 내 발 사이즈에 맞춰 주문제작을 하기도 했었다. 좋은 가죽에 주문제작을 하니 가격은 비쌌지만 너무 마음에 들었고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디자인의 샌들이라 애착이 많이 갔었다.


회사생활할 때에는 세미 정장이나 정장을 입었기에 5cm나 7cm 굽을 늘 신었다. 더 높은 아찔한 힐도 신어보고 싶었지만 키가 큰 편이라 거인이 될 것 같고, 7cm 구두를 신고 입석 버스 타고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할 때마다 시선 아래로 꽂히는 사람들의 정수리를 늘 확인하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이제는 임신과 출산을 겪고 난 후 웬만한 굽 높은 샌들이나 구두들은 사라졌다..


여자의 신발은 서글프지만 임신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의 뼈와 근육, 관절이 출산으로 인해 뒤틀려 버렸고 발도 살이 찌고 부어버렸다.


그 후부터 여름에는 크록스나 버켄스탁 샌들 아니면 볼이 넓고 발이 편한 쿠션감 있는 브랜드의 샌들을 찾았고, 평소에는 운동화, 겨울에는 어그부츠, 방수부츠와 함께 한다.


젊을 때 신던 멋진 롱부츠, 독특한 디자인의 신기 번거로운 샌들들은 이제 찾지 않는다.

나이를 먹을수록 신발 취향도 본의 아니게 변해버렸다.


그러나 이런 자연스러운 현상을 아쉬워하지 않으려고 한다. 지금의 나에게 신발은 내가 활동하기에 최적이면 되었고, 화려하고 예쁜 디자인에 눈을 돌리는 데에 관심이 별로 없다.


10대 때엔 GMV잡지를, 20대 때에는 코스모폴리턴 잡지를 정기구독했다면 30대에는 파티시에 잡지를 구독하다가 이제는 아들의 과학잡지 시사잡지를 정기구독한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상황에 맞게 나이가 들면서 변하는 거겠지.

신발장의 신발들도. 내 취향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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