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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슈 Mar 09. 2022

생각을 기록하는 삶

오늘 하루를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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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많은 사람은 피곤하다. 하루를 살아가면서 순간순간마다 머릿속 가득 이런저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꾸 떠오르는데, 사실 그런 생각들은 모두 버릴 것 하나 없는 나의 소중한 삶의 단편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가득한 생각들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남겨두지 않는다면 그냥 날아가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 단편들을 잡고 싶어서, 그 순간의 기억들을 붙잡고 싶어서, 언제부턴가 사진을 찍어두고, 스마트폰의 스케줄러와 메모장을 열고, SNS를 열고 기록을 하기 시작했다.


내 폰 속 스케줄러에는 시간대별로 나와 아들의 매일의 스케줄들로 빼곡하다. 아들의 스케줄과 나의 스케줄을 동시에 케어해야 하는 ‘엄마’라는 직업과, 강의 스케줄에 따라 재료 준비와 일정 체크 등을 차질 없이 기록해야 하는 ‘베이킹 강사’라는 직업으로서의 스케줄, 그리고 집안의 소소한 살림과 남편과 가족 관련 행사들을 적어 넣는 스케줄 등. 그리고 메모장 가득 필요한 글귀, 유용한 사이트, 디저트 기획 기록과 그림과 사진들까지. 숱한 기록들이 남아있다.


한 사람의 폰 안에는 참으로 많은 기록들이 있고, 그 기록들을 잊지 않기 위한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런데 이렇게 빼곡한 스케줄러 속에서 가까운 미래의 어느 날의 스케줄러가 좀 비어 보인다 싶으면 어느새 무언가의 일정들을 채우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여유롭게 하루쯤 쉬어도 될 텐데. 사소한 것이라도 무언가를 하기 위해 스케줄러를 채우기 바쁘다. 그것들을 채우기 위해 머릿속은 끊임없이 사고하고 고민한다. 어쩔 때엔 정말 쉬겠다고 마음을 먹고 책 한 권을 들고 아늑한 동네 카페에 가서 책을 읽고 맛있는 커피를 음미하며 사색을 하고 올 거야!라고 해 놓고선 결국 한 가지도 제대로 못하고 오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오늘은 아이도 학교에 정상적으로 등교했고, 일적으로 급히 해야 할 일도 없었고, 집안일도 조금 미뤄둬도 괜찮은 그런 날이었다. 갑자기 생긴 빈 날, 그날이 마침 오늘이었다.

그래서 며칠 전부터 오늘 오전은 운동을 하고 읽으려고 빌려둔 책들을 읽으면서 여유 있게 디저트도 만들고 편하게 휴일을 맞이해야지 싶었더랬다. 그런데 바로 어젯밤 오랜 지인으로부터 몇 년 만에 연락이 왔는데, 최근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왔다며 반갑게 통화를 했고, 한참 통화를 한 후 우리 만나자! 그래서 오늘 만날 약속을 잡게 된 것이었다.


또 이렇다. 나는 비어있는 스케줄러를 흡족히 바라보며 여유 부릴 상상을 하는 것도 잠시, 결국 또 스케줄을 잡았고 나의 사색의 시간을 포기하고 사람들과의 어울리는 시간을 선택한다.


물론 나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을 좋아한다. 사람들과의 만남과 대화 속에서 다양한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겪어보고 생각하는 시간이 적어도 나에게는 유익하다. 이런저런 높낮이가 있는 대화들을 나눈 후 돌이켜 보면 그 대화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생각의 나래를 펼치게 되고, 결국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에는 그 소중한 시간들을 되새기며 짧게라도 기록을 하게 되었다. 지나쳐버릴 수 있는 하루의 어떤 시간들을 추억하고 싶고, 그때 그 사람들과 느꼈던 나눴던 대화들과 감정들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싶어서 시작한 기록들이었다.


지금까지 오랜 시간 나의 기록장에 묵묵히 끄적이고 기록했던 끄적임들처럼, 이제는 짧게, 혹은 조금은 더 길게 호흡할 수 있는 글들을 지속적으로 기록해 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를 살아가면서 생각한 것들을 기록하면서 나는 오늘 하루 있었던 일들과 만남, 대화들을 회고하며 반성도 하고 생각을 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기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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