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학창 시절, 내 기억 속의 엄마는 새벽부터 일어나 부엌에 앉아 공부를 하신 후 세 딸들의 도시락을 정성껏 준비하셨다. 아침마다 새 국을 끓이시고 아침 준비를 하시던 엄마였다. 또한 엄마는 밤늦게까지 부엌 바닥에 작은 상을 펼쳐 놓고 공부나 독서 등 개인 시간을 가지셨다.
엄마가 그렇게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잠을 청하지 않으시고 무언가를 하시던 그 모습의 잔상. 그 시간은 엄마의 루틴이었으며, 엄마의 유일한 자유시간, 가족을 떠나 오롯이 나를 바라보고 꿈꾸는 그런 시간이지 않았을까 싶다.
모두들 적잖은 스트레스를 안고 사는 요즘 같은 시기, 나를 되돌아보고 꿈꾸는 시간이 더욱더 절실해진다. 오롯이 나를 바라보는 시간은 고요한 새벽 혹은 모두가 잠든 늦은 밤. 언제든 괜찮다.
요즘 사람들이 많이 말하는 모닝 루틴. 새벽 4시 아니면 5시에 일어나 각자의 루틴대로 이른 아침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 새해가 시작되면 유난히도 새벽에 일어나 아침을 여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 같아서, 가끔은 나는 무얼 하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 또한 나를 힘들게 하는 스트레스가 되었고 남과 다른 나를 그 틀에 껴 맞추려는 하는 것은 나에게 이롭지 않았다.
남들이 다 한다는 영어공부도 새벽에 일어나 해보았는데, 꾸벅꾸벅 졸기 일쑤였고. 새벽에 일어나 집을 박차고 나가 운동을 해보기도 했는데, 상쾌하고 좋았지만 아이를 깨우고 챙겨야 하는 엄마로서 운동을 여유롭게 하고 돌아오기에 시간이 촉박한 것이 싫어서, 운동은 아이 등교와 함께 시작한다.
요즘 나의 아침은 7시에 시작된다. 일어나면서 아들을 깨우는데, 정신을 깨는 것이 오래 걸리고 느릿느릿한 아들은 씻고 옷을 갈아입고 독해를 풀고 식탁에 앉기까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린다.
반면 나는 이불을 박차고 벌떡 일어나 바로 세수와 이를 닦고 로션을 듬뿍 바르고 미지근한 물 한잔을 마시고 유산균을 먹는다. 세탁기를 돌리고 옷을 후딱 갈아입고 청소기를 한 번 돌린 후 나갈 준비를 하고 아들 아침을 챙기고 시간이 남으면 노트북을 켜고 짧은 글을 쓰거나 독서를 한다.
우리는 아침을 간단히 먹기 때문에 아침 시간은 비교적 평화로운 편이지만 가끔 아들이 굼뜨게 행동할 때에는 화가 치솟아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나의 아침이 이렇듯. 사람들마다 모닝 루틴은 다 다를 것이다. 남을 좇기보다는 나의 페이스에 맞게 아침을 맞이해보면 어떨까.
혹여 새롭게 모닝 루틴을 만들어 실천하기로 했다면, 행여 꾸준히 못한다고 해도 자책하지 말도록. 또 시작하면 되니까. 그래서 오늘이 있고 내일이 있는 거다.
내일이 오면 또다시 아침이 밝아올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