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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슈 Mar 23. 2023

사랑을 표현하세요.

내 인생의 두 남자



“사랑해.”


생각보다 말하기 쉬울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문장. “사랑해.”


지금보다 젊었던 나는, 감정표현이 무딘 편이었다. 사랑이란 감정을 잘 몰라서였을 수도 있고, 소위 말하는 콩깍지가 씌워져서 상대방에 대해 무한 긍정의 마음을 갖게 된다는 그 감정이 ‘사랑’인 건지 확신이 서지 않아서였을 수도 있다. 그 표현을 섣불리 아무에게나 할 수가 없었다. 내가 내뱉는 말 한마디에는 책임이 따르기에, ‘사랑한다’라는 말로 얼버무릴 수 없었고, 따라서 그런 말을 쉽게 하지 않는 다소 꼿꼿하고 애정표현이 무딘, 그런 사람으로 살았던 나였다.


연애를 해도 그랬다. 이 사람에 대한 확신? 그런 것을 떠나서 ‘사랑해’라는 표현은 왠지 함부로 말할 수 없는 단어 같았다. 애교가 넘치고 곰살맞게 사랑을 표현하고 하트 가득한 이모티콘을 날리는 사람들이 신기했다. 저런 사람은 너무 가벼운 것은 아닌가?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러던 내가, 두 남자를 만나고 나서부터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무뚝뚝할 것 같은 부산 남자를 만났다. 선한 인상의 그는 부산사람 치고는 억센 사투리를 쓰는 사람은 아니었다. 서울 태생인 나로서는 사투리를 쓰는 사람을 만날 일이 잘 없었는데, 더군다나 경상도 사람은 더욱 그랬다. 그런데 그는 그동안 만나왔던 ‘서울깍쟁이’ 같은 남자들보다 더 애정표현이 가득한 편이었고 나를 존중해 주고 아껴주었다. 그리고 ‘사랑한다’라는 표현을 말과 문자로 자주 표현해 주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 덕분에 나도 점점 변해 가기 시작했다. 나도 점점 “사랑해”라는 말을 자주 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결혼한 지 벌써 15년이 흘러간다. 이 정도 결혼생활을 해왔으면 이제 의리로 산다고들 했던가. 우리 부부도 크게 다를 것은 없었다. 애정표현은 당연히 예전보다 줄었다. 그러나 나는 결혼생활에 있어 믿음, 이해, 배려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감정들을 넘어서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서로를 걱정해 주고 아껴주고, 힘든 일이 있으면 함께 울어주고 기쁜 일은 함께 축하해 주고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고 그런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끈끈한 가족애가 형성되는 것이었다.

남편과는 몇 년 전부터 주말부부를 시작하게 되었고, 여기에다가 일 년에 장기출장을 한 두 번씩 나가는 남편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다 보니 우리 부부는 더 돈독해질 수밖에 없었다. 애틋하고 그랬다.


“보고 싶어. 사랑해. 밥은 잘 챙겨 먹어? 방은 안 춥니. 따숩게 입고 다녀.”  등등. 종종 카톡이나 전화로 안부를 물으며 서로를 챙겼다.

매일 볼 수 없는 남편의 빈자리는 생각보다 컸다. 그 빈자리를 메우고자 나는 아이를 돌보면서 더 바쁘게 일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생기는 힘든 상황들을 고민하고 견뎌 내기 위해 남편과 의논하고 해답을 찾기도 했으며 어느새 그의 위로와 격려, 따듯한 말 한마디에 힘을 내고 있었다. 내 휴대폰에 그는 여전히 ‘사랑하는 서방’으로 저장되어 있다.





소중한 아이가 생겼다. 아이를 키우면서 처음에는 잘 모르겠던 ‘모성애’라는 것이 형성되기 시작했고, 처음으로 느껴지는 내 아이에 대한 사랑의 감정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 일렁였다. 내 아이를 보고 있자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어떤 감정들이 둥둥 떠다녔고, 그게 ‘사랑’의 감정이라고 자연스레 느끼게 되었다.


“사랑하는 우리 아들, 엄마가 많이 사랑해”


사랑표현이 무딘 사람이었던 내가, 한 남자를 만나고, 아이를 키우면서 나도 모르게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하고 있었다. 아이 생각만 해도 뭉클하고, 내 아이만큼은 무한히 사랑해 줄 수 있는 존재라는 생각을 절실히 하게 되었다. 그만큼 아이는 그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감정을 일게 해 준, 나에게 있어 하나밖에 없는 가장 큰 선물 같은 존재였다.


“사랑해요 엄마.”


여전히 이런 말을 자주 해주는 아들이다. 아이가 어릴 때에는 엄마가 자주 사랑표현을 하고 말해주니까 사랑한다는 말을 따라서 하는 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아들을 키워낸 일부 선배맘들은 말했다.

“아들은 사춘기가 오고 키워 놓으면 갈수록 입을 닫아. 살갑던 놈들도 그놈의 사춘기가 뭔지 돌아서더라. 벽 보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니깐..”

적어도 나는 내 아들이 그렇지 않기를 바란다. 엄마 아빠에게 사랑을 듬뿍 받고 큰 아이는 남들에게도 사랑을 줄 수 있는 따듯한 아이로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사춘기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아직 모른다. 아들이 더 크면 어떻게 변할는지는. 하지만 인중에 자잘한 솜털이 거뭇거뭇 자리 잡기 시작한 내 아들은 여전히 퇴근해서 돌아온 엄마를 두 팔 벌려 뛰어나와 안아주고 “엄마 보고 싶었어요. 사랑해요.”라고 말해준다. 매일 진한 포옹을 하며  엄마를 사랑한다고 자주 말해주는 따듯한 아이로 크고 있다.


두 남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 행복하다. 그리고 나도 사랑을 줄 수 있어서 행복하다.

사랑표현은 자주 할수록 좋다고 한다. 열렬히 사랑해야지 내 가족. 살아있는 동안 소중한 사람들에게 “사랑한다”라고 자주 이야기하며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말이다.


사랑을 표현하세요. 그 사랑은 나에게 돌아옵니다.

내가 행복해집니다.




 본 매거진 '다섯 욕망 일곱 감정 여섯 마음'은 초고클럽 멤버들과 함께 쓰는 공공 매거진입니다. 여섯 멤버들의 '희로애락애오욕'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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