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즐기는 법

by 여비

가을 아침 햇살이 눈 속으로 깊숙이 들어오는구나.

아침을 깨우는 나팔꽃의 연분홍빛에 마음 살이 흔들린다.

탱탱한 게 탱글한 것이. 햇살에도 신선도가 있는가 보다.

햇살 앞에 마주 선다. 곡식이 익어가듯 나도 매일 단단하게 여물 것만 같다. 이런 날은 햇살이 마냥 아깝지 뭐야, 하얗게 삶은 빨래를 널어야 할 것 같고 도마를 햇살 속에 담가야 하지.. 마르고 말려 갈무리를 해 두어야 할까 보다.

찬란한 것은 일시에 사라지기에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건지도 몰라.

<코코 샤넬>은 "스무 살 때의 얼굴은 자연의 선물이고 쉰 살의 얼굴은 당신의 공적이다"라는 말을 했다. 마음을 매일 갈고닦아야 얼굴도 예쁘다는 말 아니겠는가..

인생이란 내가 아무리 크고 거창한 뜻을 품고 있어도 매일 매일에 작고 사소한 일들로 채워진다. 아주 하찮은 모래가 모여 지평선을 닿는 백사장이 되는 것을.

노년에 이탈리아어를 배웠던 톨스토이처럼 나도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서도 배우고 공부하며 살고 싶다. 투박하고 거친 손으로 섬세하고 마음의 울림이 있는 글을 쓰는 내 모습이 머릿속으로 날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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