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집

by 여비

아버지는 공사장을 따라다니셨다. 한 번의 일을 맡게 되면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드문 드문 보이는 둥근달 같은 환한 얼굴로 오셨다.

안채에서 불어오는 꽁치의 비린 냄새는 될 것도 아니었다. 엄마의 단내 나는 간장 옷을 입은 불고기가 연탄 화덕의 석쇠에서 지글거린다. 나는 지글거리며 익어가는 불고기를 바라보며 알듯 모를듯한 산등성이에 벗어진 머리가 된다.

밥상 위에 놓인 각종의 나물, 뽀얀 국물의 미역국, 네모진 무김치 그리고 아버지가 좋아하는 막걸리까지 한 상가득한 사랑의 표현이었다.

쭈볏대는 나에게 아버지는 너른 가슴과 앙상한 다리를 내어주었다. 한 동안의 어색함도 잠시 나는 아버지의 두툼한 손을 꼭 쥐었다.

두 팔을 걷어붙이고 엄마는 안채를 건사했다. 마루엔 내가 양말을 신고 스케이트를 탈 정도로 매끄럽고 윤기가 흐른다. 이불 홑청을 사각으로 접고 엄마가 받아온 일감의 꽃수를 놓아도 여전히 반들댔다. 엄마는 일본에 수출을 한다는 스웨터의 앞섶에 습자지를 붙여 본을 떠 그 위에 노란색의 개나리를 분홍색의 데이지 꽃을 빨간색의 장미꽃의 수를 놓는다. 앞 단추를 중심으로 놓인 꽃수는 엄마의 고운 손을 닮아 아기자기하다. 노란 불빛을 사이에 두고 책을 읽는 나는 네덜란드의 화가의 그림 "감자 먹는 사람들"에 그려진 농부의 일상을 그대로 닮았다. 털실 끝에 달린 바늘귀를 잡은 손, 그 손은 엄마의 노동과 정직을 보았고 스스로 노력해서 얻은 성실함의 결실이었다.

책을 좋아하는 나는 종종 엄마에게 이야기를 해 드렸다. 그중에 중학시절 읽었던 박경리 님의 토지를 가장 좋아하셔서 노트에 적어둔 글귀를 더듬대 본다.

아마도 쌍계사 산자락인가 보다...

"강포수, 자네 장가들고 싶어서 뇌심 하는 거지?"

"그런가 봬요. 마을에서 저녁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믄 우 짠지 가심이 뭉클뭉클하고 남겉이 살아야 겄는데 하는 생각이 나고"

"어려울 것 없다. 자기 맘 묵기 탓이다. 당장에라도 살림 차리면 될 거 아닌가."

엄마는 이 대목을 읽으면 눈을 감고 꽃수를 놓지 않으셨다. 조용히 멈추고 내 손을 끌어다 잡으셨다.

우렁 우렁 한 이야기도 멈추고 까만 밤이 내려앉은 집

댓돌 위에 두 켤레의 털신이 키재기를 하는 집

산동네 끝자락에 골바람으로 장대 끝에 펄럭대는 빨래가 춤추는 집

공부를 위해 먼 나라로 도망치듯 떠나야 했던 집

마루 위에 나란하게 누워 밤하늘의 별을 세던 엄마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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