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상자 우측 하단엔 충남 아산시 도고면 신원**리 주소가 적혀있다. 서리가 내리기 전에 서둘러 고구마 수확을 하고 청정한 밭을 유지하려 고구마 줄기는 그냥 두도록 한다. 수확을 한 후 1~2주 있다가 작두로 잘게 썰어 밭에 깔아주면 이듬해 봄 밭을 뒤집을 때는 거의 퇴비처럼 변해있다. 내가 곁에 있을 때는 면장갑을 끼고 어설피 도움을 줬더랬다. 타고난 농부가 어디 있냐고 마음만은 뼛 속까지 농부의 마음으로 종종 일 손을 보탰다.
그랬던 대단한 고구마가 한 상자 도착했다. 밭을 사이에 양끝 길가엔 아프리카종 황금빛의 메리골드가 금줄을 띠 돌려 피어있고 끝줄 앞 쪽으로 커다란 자루를 매단 작두콩이 달려있다. 점점이 박혀 있는 초록의 갈퀴 모양의 잎은 15장으로 한치의 오차도 없다. 한결같은 쪽 고른 잎사귀들이 마주 보고 뻗어있어 마치 어린 막내 고모와 나의 마음 골 같다. 같은 듯 아닌 듯 하지만 인성과 품은 어쩜 이리도 닮았는지 조물주 하는 일은 전지전능하다.
메리골드 이름에서 알듯 황금빛 혹은 오렌지색의 꽃이 여름 한낮의 뜨거운 태양빛을 듬뿍 받고 알 지게 핀다. 여름을 이기고 핀 꽃들은 고모가 가장 이뻐하는 꽃이다. 고귀하지는 않지만 수수한 꽃다지들이 옹기종기 모여 바람에 흔들리면 피곤한 몸에 휴식을 위한 눈길로 인도한다. 눈길 머무는 메리골드 꽃에 끝자락엔 홍차 색을 둘러싼 노란띠가 아름답다. 잠시나마 머문 꽃에 막내 고모와 나는 한 몸이 되어 마음결이 무너지고 그, 향기로 자유의 바람 속으로 걸어간다.
누런 종이박스에 투명한 속지로 감싼 말려진 메리골드 꽃이 얌전히 앉아있다. 손가락 한마디의 알진 노랗고 홍색의 꽃들이 나란하게 줄을 이어 눈을 씀먹대게 한다. 어찌, 이리 정갈하게 건사할 수 있을까? 저절로 감사가 우러나온다.
고르고 골라 찻물에 우려 마시라고 많이도 보냈다! 마당 가운데 밀고 다니는 보행기 위에서 많은 날들을 해를 쫒았을 그 정성에 울음을 삼켜본다. 황금색의 꽃들 사이로 살며시 고개 쳐든 흰 종이엔 "사랑한다! 글들이 하나같이 내 마음을 울린다. 글쓰기 응원해..." 이렇게 적혀있다.